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책꽂이-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국민없는 국가주의…日의 망령 꼬집다

강상중 지음, 사계절 펴냄





‘국가는 살아 있는 인간들의 집합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살아 있는 인간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무기질적 권한과 규칙, 관행만 남아 있을 뿐이다.’(211쪽)

한때 ‘아시아 최초의 근대화 달성 국가’이자 경제 대국으로 떠오른 일본, 그러나 국가 부상의 이면에서 국민은 늘 버려졌다. 신간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은 메이지 유신으로부터 150년간 계속돼 온 일본의 ‘국민 없는 국가주의’를 꼬집는다.

대표적인 재일교포 지식인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는 신간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에서 근대화를 목표로 1868년 단행된 메이지유신이 일본의 기형적인 국가 시스템을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시민혁명과 정치 체제의 민주화라는 굳건한 기반 없이 서구 기술을 모방하는 데만 몰두한 결과 ‘선진국 일본 안에 후진 사회와 국민은 존재할 수 없다’는 망령을 불러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왜곡된 내용의 전시물로 논란이 된 군함도(나가사키현 하시마 탄광)다. 수많은 조선인이 강제 노역으로 죽어갔던 군함도는 일본이라는 국가의 축소판과 같다. 볕이 잘 들고 전망 좋은 빌딩 상층부나 섬 중앙의 고지대에는 상급자와 임원이, 하층부에는 광부와 가족들이 거주하는 형태다. 저자는 군함도를 보며 “부국강병, 풍요와 번영, 발전과 성장이라는 일본의 꿈이, 그러나 그 반대였던 가혹한 현실이 응축돼 있다”고 말한다. 국가 성장을 떠받쳤던 사람들은 국가에 의해 변방으로 밀려나거나 버려졌다. 저자는 군함도와 한센병 환자 수용 시설, 대도시의 슬럼, 미군기지에 짓눌린 오키나와와 코리아타운에 이르기까지 일본 근·현대사 격동의 현장을 누비며 메이지유신 이후의 근대화가 초래한 부작용을 풀어낸다.



150년 간 가장 달라지지 않은, 그래서 ‘국민 없는 국가주의’를 부채질하는 원인으로는 일본의 정치를 꼽는다. 정치 지도자가 독재적 권한을 행사하는 정치 시스템에서 국회의원은 예스맨에 불과하다. 당 대표가 부르면 만사를 제쳐 두고 달려가는 정치가에게 경세제민의 기개를 기대할 수는 없다.

또 다른 저서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책과함께)에서 한·일의 두 정치인을 귀태(鬼胎·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라고 지칭한 바 있는 강 교수는 이번 신간 서문에서 “메이지 국가를 영광의 시대로 칭송하며 아름다운 일본을 만들겠다고 말하는 귀태의 아이와 그를 중심으로 하는 통치 시스템은 지금도 ‘약한 사회 위에 우뚝 솟은 국가주의’의 생리를 버리지 못했다”고 아베 정권을 꼬집는다. 교도통신에 연재된 ‘강상중 사색의 여행 1868년부터’를 묶어 2018년 일본에서 펴낸 ‘유신의 그림자’의 한국어 번역판이다. 1만3,800원.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