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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자카르타 연쇄 추락死 연루 '석탄왕' 2심서 징역 10년…늘어난 4년 왜?

석탄 무역에 IT기업 인수까지, 횡령의 행적


이모씨와 유모씨 등의 해외법인 자금 횡령에 대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보도.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석탄 무역 사업을 하겠다며 2008년부터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지에 페이퍼컴퍼니 ‘오븐플루’ 등을 세운 이모(50)씨. 이씨는 지인 유모(63)씨와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유연탄을 수입한 후 한국전력 자회사에 납품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며 사람들로부터 투자금을 모았다. 업계에서 이씨는 ‘석탄왕’이라고 불렸다.

이씨는 2012년 하반기부터 광산을 직접 개발하는 방식으로 사업 전환을 시도했다. 실제로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해 광산 개발에 뛰어들기도 했지만 사업이 여러 차례 실패하면서 막대한 부채가 발생했다.

이씨는 기존 손실을 만회하고 광산 개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코스닥 상장사인 IT기업 아큐픽스(현 포스링크)를 인수했다. 석탄 사업 등을 호재 삼아 주가를 띄우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복안이었다.

자카르타서 발생한 의문의 연쇄 추락사


이모씨, 유모씨와 함께 해외법인을 운영하던 허모씨가 2016년 1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아파트 공사장 옆에서 추락사한 장면. /사진=뉴스타파 보도 캡처


그러나 사업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씨, 유씨의 동업자인 허모씨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 전 허씨는 인도네시아 현지 채권자들로부터 채무 변제를 끊임없이 독촉받았다. 현지에서 경찰 수사까지 받게 되며 심적 부담을 느끼던 허씨는 돌연 사망했고, 현지 경찰은 이 사건을 자살로 종결했다.

추락사는 또 발생했다. 허씨 사망 5일 후 그와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던 송모씨도 자카르타 축구 경기장에서 추락해 숨진 것이다. 후에 이 사건은 뉴스타파 보도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에 ‘자카르타 한인 연쇄 추락사’로 소개되면서 큰 공분을 샀다.

이후 이씨에 대해 전격적인 수사가 이뤄졌다. 서울세관과 검찰의 조사 결과 이씨와 유씨는 페이퍼컴퍼니 등에서 57억여원을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금 대부분은 환치기(불법 외환거래)와 밀반입을 통해 국내로 들여와 유흥을 하고 사치품을 사는 데 쓰였다. 투자자들의 피해액은 약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씨는 아큐픽스에서도 17억5,0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직 아큐픽스 직원은 지난달 5일 방영된 MBC ‘PD수첩’에 출연해 “백화점 ‘에르메스’ 매장의 VVIP였다”며 “차는 롤스로이스, 벤틀리 등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늘어난 '석탄왕' 2심 형량…"범행 수법 매우 불량"




이씨와 유씨가 해외법인 횡령액을 사용하고 남긴 증거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8부(정종관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와 유씨 등의 항소심에서 이씨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3억원, 추징금 1,000여만원을 선고했다. 유씨에게는 징역 2년이 선고됐다. 1심 판결과 비교하면 이씨의 징역형량은 4년 늘고, 유씨는 1년 줄어들었다.

앞서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인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이씨에게 징역 6년과 벌금 5억원, 추징금 4억여원을 선고했다. 유씨는 당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씨의 형량이 대폭 늘어난 것은 2심 재판부가 죄질의 불량성을 1심에 비해 훨씬 크게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는 특별양형인자로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를 판시했다. 이씨가 환치기, 밀반입 등을 저지르고 아큐픽스의 자금을 빼돌린 수법이 상당히 불량하다고 본 것이다. 1심에서 징역 3년4개월~8년이던 이씨에 대한 권고형 범위도 3년4개월~12년으로 늘어났다.

2심 재판부는 “법인 제도와 상장회사의 공시 제도를 적극적으로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며 불법 이득을 추구했고, 그 과정에서 외국환거래에 관한 규제도 무시하는 등 우리 경제의 기본적인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범죄) 수법이 매우 나쁘다”고 밝혔다. 이어 “허씨가 현재 채권자들의 독촉을 온전히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 허씨의 자살에 중요한 배경이 되었음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1년 줄어든 이모씨 형량, 이유는 '횡령 공범 여부'


이모씨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법인 ‘오픈블루’. /사진=뉴스타파 보도 캡처


이와 달리 유씨의 형량이 줄어든 데는 횡령 범행에서 이씨의 ‘공범’으로 인정됐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1심은 유씨가 횡령액 중 일부를 상품 대금 명목으로 명품 매장에 송금할 것을 허씨에게 지시했다고 판단해 유씨를 이씨의 공범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2심은 유씨가 이씨와 공모해 자금을 횡령했다고 볼 명확할 증거가 없다며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유씨는 해외법인들의 운영자가 아니고 이씨와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에 불과하다”며 “횡령금을 소비하는 데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는 횡령 범행의 기능적 행위지배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희조·조권형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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