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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스포츠문화
그리고 기리다...그림과 유물로 보는 6·25 전쟁

[한국전쟁 70주년 특별 전시 잇따라]

국립현대미술관 '낯선 전쟁'

국립중앙박물관 '지키고 이어가다'

전쟁 상흔 담긴 작품·문화재 전시

윤중식이 1951년에 그린 ‘피난길’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전쟁은 일상의 안온함을 송두리째 앗아가지만, 굳이 그 안에서 가치를 찾자면 위기 속에서도 지키고자 안간힘 쓰는 ‘소중한 것’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한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등 주요 기관들이 전쟁의 기록을 되짚으며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획전을 마련했다.

◇기억하다, 낯선 전쟁=평양미술학교 출신이며 종군화가로도 활동했던 윤중식은 가족과 함께 남으로 향하는 피난길에 올랐다가 그만 아내와 딸의 손을 놓치고 만다. 홀로 간난 막내를 업고 아들과 함께 부산까지 향하면서 윤중식은 스케치북에 그날의 사건을 하나하나 그렸다. 낡은 그림 뒷면에는 “언젠가 그림으로 그리고자 남겨둔다”는 작가의 글씨가 적혀 있다.

윤중식이 1951년에 그린 이후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피난길’ 드로잉이 처음으로 전시됐다.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한 ‘낯선 전쟁’ 전에서다. 수도권 공공미술관·박물관이 휴관 중인 까닭에 서울관에 마련된 전시는 25일 오후 4시 유튜브 개막식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4부로 구성된 전시에는 국내외 작가 50여 명의 작품 250여 점이 선보였다.

김선환의 ‘6.25스케치’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윤중식의 전쟁기 드로잉은 개인이 기록한 피난민의 일상을 담았다는 점에서 울림이 크다. 남이 피워둔 모닥불을 얻어쬐고자 슬그머니 다가서는 피난가족을 누구도 나무라지 않는다. 전쟁통에는 자기 목숨 챙기는 게 먼저였을테지만 그럼에도 서로의 고된 처지를 이해하는 마음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김환기·우신출 등 종군화가단과 김성환의 작품도 함께 걸렸다. 외국인 저널리스트, 한국전쟁 참전군인이었던 화가 등은 이방인의 관점에서 본 한국전쟁과 한국인의 모습을 담았다.

전시는 한국전쟁으로 시작해 전쟁과 평화의 의미를 확장해 제시한다. 세계적 무기박람회장이 가족 나들이 장소가 된 역설적 상황을 촬영한 사진작가 노순택은 ‘좋은,살인’이라고 작품명을 붙였다. 김세진의 ‘녹색 섬광’은 컴퓨터게임처럼 가상화된 공간에서 전쟁의 폭력성을 탐구했다. 난민문제를 다양한 매체로 알려온 아이 웨이웨이, 분쟁 지역 내 여성의 다중적 고통을 다룬 에르칸 오즈겐 등의 예술가들은 전쟁 와중에도 ‘인간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 몰두했다. 그룹 도큐먼츠(Documents Inc.)는 한국전쟁 당시 배포된 ‘삐라‘ 중 ‘안전 보장 증명서(Safe Conduct Pass)’를 2020년 버전으로 제작해 선보였다.

김환기 ‘판자집’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노순택 ‘좋은, 살인’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지키다, 국립박물관=전쟁 앞에 속수무책인 것은 문화재도 마찬가지다. 선림원지 동종은 오대산 월정사에 있었으나 1951년 1월 월정사가 전쟁으로 불타면서 녹아내리고 말았다. 당시 월정사에서는 국보 제48호 월정사 구층석탑을 뺀 거의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으로, 요동에서 북경까지를 그린 군사지도인 ‘요계관방지도’에는 군홧발 자국이 선명하다. 6·25전쟁 당시 서울을 점령한 북한군들이 경복궁을 드나들면서 전각에 진열 중이던 유물을 짓밟은 흔적이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지켜낸 관음보살좌상.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쟁으로 수난당한 문화재들을 돌아보고 서울 점령 이후 9·28 수복 때까지 국립박물관이 겪은 위기와 피해를 들여다본 기획전 ‘6·25 전쟁과 국립박물관-지키고 이어가다’를 25일부터 9월13일까지 상설전시실 1층 조선2실에서 개최한다. 화려한 장식으로 눈길을 끄는 ‘관음보살좌상’은 전쟁에 참전한 미군 찰스 F.슈미트 씨가 철원의 어느 사찰의 스님으로부터 건네받은 것이다. 스님은 “절대 북한군에게 뺏기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고 슈미트 씨는 끝까지 약속을 지켰다. 이후 스님에게 되돌려주지 못한 채 귀국했다가 1999년에야 돌아왔다. 1926년 경주 서봉총에서 출토된 신라 금관은 서울 국립박물관에 보관되다가 전쟁이 터지자 1950년 12월 부산의 피란지 국립박물관으로 옮겨갔다. 이 금관은 1957년 전쟁의 상흔을 딛고 일어난 한국 문화재를 알리는 세계 순회전시의 주인공이 되어 미국의 8개 국립박물관·미술관에서 선보였다.

서봉총에서 발굴된 신라 금관.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한국전쟁 때 몸통 부분이 깨진 청화백자 용문 항아리.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피란지의 박물관은 미술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했다. 당시 부산에는 김환기,이중섭 등 화가들 또한 모여 있었다. 국립박물관이 1953년 주최한 제1회 현대미술작가초대전에 김환기가 출품한 ‘돌’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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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부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친절한 금자씨는 예쁜 게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대미술은 날 세운 풍자와 노골적인 패러디가 난무합니다. 위작 논란도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착한미술을 찾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미술관, 박물관으로 쏘다니며 팔자 좋은 기자. 미술, 문화재 전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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