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대남 공세로 한반도 긴장감을 고조시켰던 북한을 향해 종전을 위한 대화 테이블로 나서 달라고 촉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 20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 격납고에서 열린 6·25전쟁 제70주년 행사에서 “전쟁을 겪은 부모세대와 새로운 70년을 열어갈 후세들 모두에게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는 반드시 이뤄야 할 책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의 위협은 계속되고 우리는 눈에 보이는 위협뿐 아니라 우리 내부의 보이지 않는 반목과도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가 열린 서울공항 격납고에는 북한에서 발굴돼 미국 하와이를 거쳐 한국으로 봉환된 국군 전사자 유해 147구가 자리했다. 봉환 유해들은 미국 ‘전쟁포로 및 유해발굴 감식국(DPAA)’에서 한·미 공동 감식작업을 통해 국군전사자로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용사들은 이제야 대한민국 국군의 계급장을 되찾고 70년 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며 “지체됐지만 조국은 단 한 순간도 당신들을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참전용사 한 분 한 분의 헌신이 우리의 자유와 평화, 번영의 기반이 됐다”며 “그리움과 슬픔을 자긍심으로 견뎌온 유가족께 깊은 존경과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전우를 애타게 기다려온 생존 참전용사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6·25전쟁에 참전한 22개국 유엔 참전 용사에 대한 추모의 뜻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은 미국을 비롯한 22개국 유엔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보훈에는 국경이 없다. 유엔참전국과 함께 하는 다양한 보훈 사업을 통해 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기리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내에서 발굴된 미군 전사자의 유해 6구를 오는 26일 미국으로 송환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6·25전쟁의 아픔을 극복하며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6·25전쟁은 오늘의 우리를 만든 전쟁”이라며 “전쟁이 가져온 비극도, 전쟁을 이겨낸 의지도 전쟁을 딛고 이룩한 경제성장의 자부심과 전쟁이 남긴 이념적 상처 모두 우리의 삶과 마음속에 고스란히 살아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전쟁은 국토 곳곳에 상흔을 남기며 아직도 한 개인의 삶과 한 가족의 역사에 고스란히 살아있다”며 “그것은 투철한 반공 정신으로, 우리도 잘 살아보자는 근면함으로,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정신으로 다양하게 표출됐다”고 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6·25전쟁을 극복한 세대에 의해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며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됐고,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탈바꿈하고 있다.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가 됐다”고 높이 평가했다.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모든 이들에게 공통된 하나의 마음은 이 땅에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6·25전쟁을 세대와 이념을 통합하는 모두의 역사적 경험으로 만들기 위해 이 오래된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우리는 전쟁을 반대한다”고 단호히 밝힌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한국이 월등히 앞섰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GDP는 북한의 50배가 넘고 무역액은 북한의 400배를 넘는다”면서 “남북 간 체제경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의 체제를 북한에 강요할 생각도 없다”며 “우리는 평화를 추구하며 함께 잘 살고자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평화를 통해 남북 상생의 길을 찾아낼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를 전쟁으로부터 지켜낼 안보력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국민이 지켜낸 대한민국은 국민을 지켜낼 만큼 강해졌다”며 “우리 군은 어떤 위협도 막아낼 힘이 있다.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우리는 두 번 다시 단 한 뼘의 영토, 영해, 영공도 침탈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누구라도 우리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한다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굳건한 한미동맹 위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도 빈틈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끝으로 “남과 북, 온 겨레가 겪은 전쟁의 비극이 후세들에게 공동의 기억으로 전해져 평화를 열어가는 힘이 되길 기원한다”며 “통일을 말하려면 먼저 평화를 이뤄야 하고 평화가 오래 이어진 후에야 비로소 통일의 문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고령층 참석자의 안전을 고려해 6.25전쟁 행사 최초로 일몰 이후에 개최됐다. 아울러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최초로 UN 참전국 22개국 정상들의 메시지 영상이 사전에 전달돼 행사 중 상영됐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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