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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예민하지 못했던 것, 그것이 직무유기다

서지혜 증권부 기자





‘몰랐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옵티머스자산운용’이라는 소형 운용사의 펀드 사기가 세상에 알려진 후 이를 취재하던 중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증권사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운용사가 서류를 위조한다는 상상을 어떻게 하느냐”며 억울함을 토로한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옵티머스운용이라는 곳을 믿기 어렵다는 불만도 있었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를 앞세워 환매 중단 직전인 5월까지 설명회를 진행하며 이런 문제 제기를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공기관의 채권은 애초에 기업이 은행에서 할인받을 수 있어 굳이 사모펀드를 통해 발행할 유인이 적다. 사건이 터지자마자 업계 관계자들은 대번에 “운용사가 투자할 마땅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찾지 못해 할 수 없이 대부업체를 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고객 자산을 대신 투자하면서 단 한 차례도 이 같은 의심을 하지 못한 것일까. 이번 사건에서 NH투자증권이 설령 운용사와 별다른 유착 관계가 없더라도 면죄부를 받을 수 없는 이유다.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의 ‘몰랐다’는 주장도 당황스럽다. 옵티머스운용은 예탁원에 대부업체 채권을 공기업 매출채권으로 등록해줄 것을 요구했다. 누가 들어도 이상할 일이다. 하지만 예탁원은 이를 그대로 따랐다. 운용사가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기’를 한 셈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예탁원이 사무수탁업무를 맡은 펀드는 581개로 이 중 큰 규모의 코스피200 상장지수펀드(ETF)도 다수 포함된다. 예탁원의 사무수탁업무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자신의 전세보증금, 아들의 결혼자금 등 귀중한 자산을 ‘공공기관 매출채권’이라는 어려운 구조의 상품에 선뜻 투자했다. 옵티머스운용을 믿어서가 아니다. 그들은 NH투자증권·예탁원·하나은행 등 누구나 들으면 알 만한 브랜드를 신뢰했다. 그렇기에 몰랐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의심하지 않고 둔감했다는 것만으로도 직무유기다. 잇따른 사고로 사모펀드 피로감이 커지는 지금의 자본시장에서 이전보다 더한 ‘예민함’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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