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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꼬리'가 '몸통' 흔든 민노총

['노사정 합의' 추인 못한 민노총]

위원장이 이뤄낸 사회적대화 결실

위원들 '원론적' 이유로 폐기 요구

전문가들 "제1노총 책임감 필요"

김명환(오른쪽)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달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대표자회의와 관련한 민주노총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제안한 사회적 대화의 결실을 정작 민주노총 집행부가 거부하면서 노사정 전체에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해 1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두고 대의원대회가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했을 때처럼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모양새가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주노총이 제1노총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이 합의문을 직권 추인하고 자신의 신임 여부를 투표에 부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민주노총은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코로나 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 합의문의 추인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전날 부대표급 회의에서 합의문을 마련한 이후 그날 오후5시부터 이튿날 오전1시까지 마라톤 회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이날 오전7시부터 3시간 넘게 재논의했지만 결국 안건은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 합의문에 대해 ‘원론적’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일부 민주노총 중집위원들은 이를 양보안으로 보고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는 △재계가 고용유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문구에 강제성이 없고 △특수근로종사자(특고)의 고용보험 가입에 대해 노사가 협의해 결정한다는 내용은 전속성에 따라 선별하겠다는 것이며 △이행점검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에서 하기로 한 것 등에 대해 비판이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기업이 유급휴업수당을 지급할 때 필요한 경우 낮춰서 제한하자고 하는 사항도 있었는데 이것은 근로기준법에 어긋난다는 말도 있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의 합의문 추인이 결론 나지 못하자 노사정 관계자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중집에서 이번 합의안이 부결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경사노위 밖에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하자고 제안한 사람이 김 위원장이었고, 합의 과정 내내 민주노총이 중집 통과를 위해 ‘임금 양보론’ 등 재계 주장을 강력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민주노총 중집에서 합의안이 통과되지 않을 것에 대비한 다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이해관계에 따라 사회적 대화 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을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노총 지도부의 결정을 집행부가 무산시키는 양상이 되풀이되는 것에 대해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1월 대의원대회를 개최해 경사노위 참여를 안건으로 올렸지만 새벽까지 이어지는 ‘끝장토론’에도 결론 내지 못했다. 직접 경사노위 출범에 참여해 밑그림을 그린 김 위원장이 정작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못한 데 대해 지도부가 집행부를 아우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기 앞에서 노사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내용 유무를 떠나 의미 있는 일인데 아쉬움이 크다”며 “사회적 대화 자체에 대한 무용론이 나올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전 국민적 위기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라며 “정부도 민주노총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사정 안팎에서는 민주노총 중집 통과를 위해 합의문을 재수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지만 “원론적 합의를 더 원론적으로 만들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중집을 다시 열어 새로운 안을 통과시킬 수 있겠느냐는 비관적 전망이 돌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 “빠른 시일 내 거취를 포함한 판단을 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놓고 직권으로 합의문을 추인한 뒤 사후 조합원 총투표로 자신에 대한 신임 여부를 물을 것이라는 관측이 돌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조직 내부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한국노총은 이날 중집에서 합의안을 추인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총리실은 다음 날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개최해 합의문 서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변재현기자 허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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