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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공정은 남고 혁신은 사라진 신의직장

윤홍우 정치부 차장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공정과 혁신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고 한다. 혁신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 일자리로 청년들이 고루 유입되면 그만한 선순환도 없다는 뜻일 테다. 청와대는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를 둘러싼 청년 일자리 논란이 커지자 한국판 뉴딜 등 혁신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다.

공정과 혁신이 함께 가야 한다는 김 실장의 말에 흠잡을 데는 없다. 공공기관을 혁신하고 그 과정에서 정규직을 늘리는 동시에 경영의 지속 가능성까지 확보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런 뼈를 깎는 노력 속에서 인국공 사태가 벌어졌다면 “노동시장의 공정성을 지향하는 과정이었다”는 청와대의 설명이 더 힘을 얻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엄밀히 보면 청와대가 언급한 ‘한국판 뉴딜’은 이 사태 당사자가 아니다. 다소 뜬금없기도 하다. 뉴딜로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해서 공공기관이 혁신을 하는 것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공공기관 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청년들의 막연한 불안감은 우리 공공기관 경영체계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에서도 기인한다.

‘위험의 외주화’를 줄이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공정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동전의 다른 면인 혁신의 속도가 더디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공공기관 직무급제만 해도 정부 출범 3년이 넘도록 성과가 지지부진하다.



현재 공공기관 대부분이 연공성이 강한 호봉제의 벽을 깨지 못했다. 인원은 늘고 인건비는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직무급제는 업무의 성격과 난이도, 직무 책임성 등을 반영해 보수를 결정하는 제도다.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으로 ‘철밥통’을 깨겠다고 공언했으나 이를 도입한 공공기관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노동계의 반발이 거센데 이런 식이라면 일자리는 나누지 못한다. 공공기관 임직원은 지난해 말 처음으로 40만명을 돌파했다.

조직 혁신의 바로미터라는 인사는 더 참담하다. 지난 총선 때 출마하겠다며 공공기관장을 내던진 정권 낙하산들이 수두룩하다. 일부는 사전 선거운동 논란까지 빚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공공기관장이라는 자리가 선거를 위한 ‘간이역’ 수준으로 전락한 셈이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 자리에 앉아 있을 때 혁신은커녕 노조의 입김에 휘둘려 더 퇴행적인 조직을 만들기도 한다.

앞으로도 줄줄이 공공기관장을 임명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총선 ‘낙선자 달래기’ 인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미어캣처럼 목을 빼고 청와대 담장만 쳐다보는 낙선자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과연 이런 공공기관들이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일자리를 꾸준히 늘릴 수 있다는 것인지 청년들은 묻고 있다.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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