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K팝을 전 세계에 알렸다면 다음 바통은 K팝 걸그룹이 이어간다. 대표 주자는 블랙핑크다. 지난 5월 팝스타 레이디 가가와의 협업곡 ‘사워 캔디’(sour candy)를 선보인 후 신곡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으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 밖에도 트와이스 등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K팝 걸그룹의 전성시대를 이끌어가는 가운데 걸그룹들도 유닛 결성·작사 작곡 참여 등 ‘롱런’을 위한 새로운 변신을 이어가고 있다.
◇블랙핑크, 유튜브부터 차트·패션까지 올킬=7일 빌보드에 따르면 블랙핑크는 ‘하우 유 라이크 댓’으로 이번 주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33위를 기록했다. K팝 걸그룹이 이 차트에서 단독 싱글로 기록한 최고 순위다. 블랙핑크는 지난달 ‘사워 캔디’로도 ‘핫 100’에서 같은 33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하우 유 라이크 댓’은 지난달 26일 공개된 직후 아이튠즈 세계 64개국 1위,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 글로벌 톱 50차트 2위에 오르며 K팝 최고 순위를 깼다. 신기록 행진은 유튜브에서도 이어졌다. ‘하우 유 라이크 댓’ 뮤직비디오는 첫날 8,630만 뷰로 ‘공개 24시간 내 유튜브 동영상 최다 조회수’ 등 5개 부문을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올렸다. 조회수는 뮤비 공개 32시간 만에 1억뷰, 7일 만에 2억뷰를 돌파하며 억대 뷰 세계 최단 신기록을 연달아 갈아치웠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블랙핑크의 인기비결은 북미 지역에서 통하는 당당한 개성 등 ‘걸크러시’ 코드”라며 “유색인종들의 힘이 커졌음에도 그들을 대변하는 걸그룹이 없었는데 블랙핑크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블랙핑크는 음악과 퍼포먼스뿐 아니라 패션 아이콘으로도 주목받는다. 블랙핑크 멤버 전원이 각각 2,000만∼3,000만 명에 이르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거느리며 저마다 샤넬(제니), 생로랑(로제), 셀린느(리사), 디오르 뷰티(지수) 등 명품 브랜드의 뮤즈로 활동한다. 김 평론가는 “새로운 여성 세대들의 감수성에 맞는 독자적인 패션과 태도도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팝 걸그룹 전성시대, 이제 시작=북미 지역에 블랙핑크가 있다면 일본에는 트와이스가 있다. 일본 오리콘 엔터테인먼트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아티스트 전체 판매량 톱10 중 트와이스가 4위, BTS가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일본에서 트와이스의 존재감은 강력하다. 지난달 발매한 트와이스 미니 9집은 일본 오리콘 주간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하며 통산 6번째 1위 기록을 안겼다. 이는 해외 여성 아티스트 역사상 단독 2위에 해당한다. 트와이스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와 일본 최대 음반사 소니뮤직이 함께 만든 걸그룹 ‘니쥬(NiziU)’도 일본에서 떠오르고 있다.
이 밖에도 주목할 만한 걸그룹들은 많다. 제프 벤자민 K팝 빌보드 칼럼니스트는 “블랙핑크, 트와이스, (여자)아이들, 청하, 마마무의 화사 등 주목할만한 K팝 여자 아티스트가 많다”며 “앞으로 더 많은 K팝 여자 가수들이 중요한 진전(important strides)을 이뤄내리라 본다”고 평했다.
걸그룹 스스로도 새로운 변신을 거듭하며 인기몰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드벨벳 리더 아이린과 메인댄서인 슬기는 2014년 데뷔 이래 첫 유닛을 결성해 지난 6일 미니 1집 ‘몬스터’(Monster)를 발매했다. 13일 컴백하는 그룹 여자친구는 새 앨범에서 멤버들이 작사·작곡 등 앨범 제작 전반에 적극 참여했다. 여기에 방시혁 프로듀서를 주축으로 피독(Pdogg), 프란츠(FRANTS) 등 빅히트 슈퍼 프로듀서 군단이 프로듀싱 전면에 나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K팝 보이그룹보다 걸그룹이 팬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 색채를 입힌 K팝 걸그룹을 선보일 예정인 한국계 프랑스인 준해 스필만 S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보이그룹이 아닌 걸그룹을 먼저 선보이는 이유에 대해 “서구의 K팝 팬들은 주로 여성들이므로 또래의 걸그룹들이 이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더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