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육성 1년 맞아 “우리는 일본과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글로벌 첨단소재·부품·장비 강국’으로 도약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에 방문해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에 기여하며 국제사회와 협력해 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의 3대 핵심 소재에 대한 일본의 일방적 수출규제로 자립을 위한 노력을 기울인데 이어 소부장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를 “한국의 길”이라고 천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방문은 일본 수출규제 이후 주요 품목의 확실한 공급안정을 이뤘으나, 코로나19·국가 간 무역분쟁 등으로 글로벌 밸류체인이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소부장 독립을 일궈낸 지난 1년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조치가 1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정부와 기업과 연구자들이 함께 힘을 모았고,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생산 차질 없이 위기를 잘 극복해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K-방역’이 세계의 표준이 된 것처럼 ‘소재·부품·장비 산업’에서도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특정 국가에 의존적이었던 공급망을 새롭게 구축했다”며 “무엇보다, ‘해보니 되더라’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크다”고 국민의 자긍심을 불어넣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분업구조의 균열을 지적하며 안정적인 소부장 산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에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기회로 삼으려면, 스스로 ‘글로벌 첨단소재·부품·장비 강국’으로 도약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소재·부품·장비 2.0 전략’에 담긴 3가지 목표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소재·부품·장비 2.0 전략에 대해 “지금까지의 성과를 기반으로 ‘수세적인 대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도약’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글로벌 소재·부품·장비산업 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을 대상으로 했던 핵심 관리품목 100개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확대해 338개로 대폭 늘리고 ‘소부장 으뜸기업’ 100개를 선정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첨단산업을 국내로 유치해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이 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문 대통령은 “반도체, 바이오, 미래차, 수소, 이차전지 같은 신산업에 집중하여 첨단산업을 유치하고, 전자, 자동차, 패션 같은 중요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국내 유턴을 촉진하겠다”며 “첨단산업 클러스터 조성으로 국내외 공급, 수요기업이 모여 협업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산단에 ‘첨단투자지구’를 새로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첨단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첨단산업 유치 등에 5년간 약 1조 5,000만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끝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안정시키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화하겠다”며 “글로벌 분업구조 안정과 자유무역의 수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세계질서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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