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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연상호 감독 “인간성 상실의 폐허에도 희망을 담고 싶었다”

부산행 4년후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 배경

강해진 좀비, 더 악랄해진 인간, 선명한 주제

“살기 위해 괴물 된 631부대야말로 변종 좀비”

쾌감 만점 카체이싱 “완성도 위해 설계만 석달”

“코로나 상황서 ‘책임감 있는 작품’이란 것 느껴”





부산행 4년 후‥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반도
영화 ‘부산행’으로 K좀비 시대의 서막을 연 연상호 감독이 더 강렬한 메시지로 돌아왔다. 부산행 이후 4년이 지난 한반도를 배경으로 살아남은 자와 돌아온 자가 벌이는 사투를 그린 ‘반도’와 함께다. 좀비는 강해졌고, 인간은 더 잔인해졌다. 인간이 주는 공포가 좀비의 그것을 압도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대재앙 이후)의 세상. 그러나 연 감독은 이 잿빛 폐허에서도 “더 많은 희망을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피와 뜯긴 살점, 총알과 비명이 난무하는 속에서도 가족과 관계라는 키워드가 스토리의 한 축을 끌어간다. 지난 10일 삼청동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연 감독은 “어디에 있느냐보다 누구와 있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었다”면서 “부산행보다는 더 희망적이었으면 했다”고 밝혔다.



반도는 좀비 떼의 습격을 받은 그 날로부터 4년 후를 배경으로 한다. 저주받은 땅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가족을 잃은 정석(강동원)은 홍콩에서 ‘병균 취급’을 당하며 방황하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반도로 돌아온다. 고국에서 정석을 기다리는 것은 굶주린 좀비 떼와 이들보다 더 끔찍한 존재로 전락한 631부대의 사람들, 그리고 폐허 속에서도 가족을 일구고 살아가는 민정(이정현)과 두 딸 준이(이레)·유진(이예원), 전직 군 간부 김 노인(권해효)이다.



좀비보다 무서운 또 다른 괴물의 탄생
‘인간적이라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는 전작보다 불편하리만큼 선명해졌다. 좁은 열차에서 살아남겠다며 칸을 나누고 문을 걸어 잠갔던 사람들은 이제 탈출과 돈 앞에 ‘인간과 좀비’를 구분하지 않는 사냥꾼으로 변해 있다. 이를 표현하는 캐릭터둘이 바로 631부대다. 연 감독은 “광기의 인간 집단을 표현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타락한 군대, 종교 집단을 두고 고민했다”며 “자동차 추격전을 액션의 메인으로 가져가고 공권력이 무너진 세상을 보다 선명하게 보여주려면 ‘나쁜 군대’가 더 나을 것 같았다”고 631부대의 탄생 비화를 전했다. 힘없는 인간과 좀비들을 한데 몰아넣고 생존 게임을 관전하는 631부대의 ‘숨바꼭질’ 놀이는 야만성이 지배하는 투견장이요, 우리가 사는 세상의 또 다른 모습이다. 연 감독은 “631부대원들이야말로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변종 좀비’”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좀비 떼는 그 수와 스피드, 움직임이 전작을 뛰어넘지만, 이들이 주는 공포는 사실 이전만 못 하다. 특히 준이·유진이 각각 자동차와 RC카로 좀비를 유인하는 일부 장면에선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연 감독은 “4년간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과 아이들에겐 반도의 삶이 일상”이라며 “좀비가 위협적이기보다는 그 공간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위협이 더 커지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열차서 반도로 확장…화려한 볼거리
좁은 KTX에서 한반도로 무대가 확장되면서 볼거리는 한층 풍성해졌다. 가장 화제가 된 장면은 광활한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자동차 추격신이다. 부산행에서 맨주먹과 야구방망이를 들고 뛰어다니기 바빴던 인간은 엄청난 속도감의 자동차를 타고 두꺼운 ‘좀비 벽’을 뚫으며 내달린다. 631부대의 개조 차량과 민정·정석이 탈취한 트럭, 준이의 자동차가 뒤엉키는 추격 장면에서는 영화 ‘매드맥스’가 떠오른다. 연 감독은 “부산행 속 기차라는 공간이 너무 강력했기 때문에 이번 작업에선 액션 장면을 굉장히 고민했다”며 “쾌감을 극대화할 장치를 생각하다가 카체이싱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밝혔다. 설계에만 석 달 이상이 걸린 카체이싱은 촬영 개시 전 모든 장면을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놓을 만큼 공을 들였다.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한다
극한 상황에서 인간은 얼마나 악해질 수 있을까. 인간 군상의 밑바닥이 잔인하게 드러나는 비극의 끝에는 그러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이 있다. 그 바람을 연 감독은 절망 속에서도 서로를 챙기며 웃음을 잃지 않는 민정의 가족과 이들을 통해 변하는 정석의 모습에 담아냈다. ‘내가 살던 곳도 나쁘지만은 않았어요.’ 극 말미 준이가 내뱉는 이 말은 ‘어디에’보다는 ‘누구와’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연 감독의 메시지를 내포한다.



반도는 코로나19로 침체 된 한국 영화시장의 구원투수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연 감독은 “완전한 정상화보다는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할 시기”라며 “시사회 때 모처럼 극장이 북적이는 모습을 보며 여러모로 책임감 있는 작품이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 속에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에 대한 그의 고민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반도는 한국영화 최초로 아이맥스, 4DX 등 6개의 상영 방식으로 개봉한다. 연 감독은 “내가 어렸을 때 극장에 가는 건 하나의 이벤트였다”며 “반도가 그런 재밌는 나들이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15일 개봉.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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