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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심석희' 막겠다던 인권위 '최숙현 고통' 놓친 이유

인권위조사단, 지난해 스포츠계 가혹행위 직권조사

경주시청도 포함됐지만 최선수 가혹행위 포착 못해

신고된 폭행·성폭행 사건처리 점검하는 수준 그쳐

드러나지 않은 수 많은 가혹행위에는 깜깜이 조사

“현재방식으론 체육계 어두운 밑바닥 조사에 한계”

고(故)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과 이용 위원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최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전국 시도 체육회 소속 선수 등을 상대로 인권보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직권조사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인권위는 고(故) 최숙현 선수가 속해있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 만연한 가혹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 신고가 이뤄진 사건들을 자료 위주로 검토하는 소극적인 조사에 그쳤기 때문이다. 당시 조사가 최 선수처럼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가혹행위 등을 파악하는데 근본적으로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인권위의 조사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체육업계에 따르면 인권위는 작년 4월부터 11월까지 약 8개월간 스포츠계 인권 실태에 관한 광범위한 직권조사에 나섰다. 심석희 선수의 성추행 피해로 스포츠계 인권 실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당시 인권위는 스포츠 인권 특별조사단을 출범시켰다. 당시 인권위는 “지난 한달여간 특조단에 접수된 진정사건들을 볼 때 인권 침해가 특정 체육 단체나 종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체육계 전반의 관행으로 퍼져있을 개연성이 높다”며 직권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문체부는 물론 74개의 대한체육회 회원종목 단체, 245개의 시도·시군구 체육회 등이 포함됐다. 최 선수에 대한 가혹행위가 이뤄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도 당연히 포함됐다.

그러나 인권위는 경주시청에서 자행된 폭행·폭언 행태를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 조사가 지난해 4월을 기점으로 직전 5년 동안 접수된 폭력·성폭력 신고 사례가 제대로 처리됐는지 살펴보는데 국한됐기 때문이다. 최 선수처럼 피해자가 주저해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사건은 처음부터 조사 범위 밖이었다.

음성적인 가혹행위가 만연한 체육계 구조상 당시 직권 조사는 처음부터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당시 조사는 스포츠계에서 인권보호체계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살펴 본 것” 이라며 “예를 들어 선수가 신고를 했을 때 제대로 징계처리를 했느냐 여부를 주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인권위가 직권 조사에 나선 시기는 최 선수가 한창 코치진과 선배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한 때다. 최 선수는 2017년 경주시청에서 활동하다 컨디션 난조 등으로 운동을 쉬었고 지난해 다시 재기해 복귀했다. 하지만 결국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올해 1월부터 부산광역시 체육회로 소속을 옮겼다. 만일 당시 인권위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최 선수의 사망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권위의 조사 방식도 일선 실태를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당시 조사의 상당 부분이 자료를 확인하는 식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경주시 체육진흥과의 한 관계자는 “인권위 직권조사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 현장 방문이 이루어졌는지”를 묻는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당시 조사 과정을 잘 아는 한 스포츠심리학과 교수는 “조재범 사건 이후 인권위가 특조단을 만드는 등 인력과 재원을 투입했지만 조사의 실효성을 담보할만한 구체성이 부족했다”며 “교본이나 프로토콜 같은 게 미흡해 사실상 맨땅에 헤딩하듯 투박했고 체육계의 어두운 밑바닥까지 조사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인권위가 남 이야기하듯 대통령에게 권고를 하고 있는데 그럴 상황은 아닌 듯하다”고 덧붙였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운동가도 “자료 조사 위주로 진행돼 피해자들의 직접적인 목소리가 충분히 수렴되지 않는 등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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