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가 호주에서 거주 중인 홍콩인 1만명에게 영주권을 줄 방침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일부터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면서 민주주의 인사들이 탄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 정부는 현재 호주에 살고 있는 홍콩 여권 소지자들의 비자가 만료되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앨런 터지 호주 이민장관은 12일 호주 방송에 출연해 “영주권을 얻기 위해서는 언어와 국가 안보 등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며 “자동적으로 영주권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보다 쉬워졌으며, 영주권자라면 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인도주의적인 비자 중에 하나”라며 “홍콩인들이 정치적으로 박해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면 신청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호주 정부는 호주에서 일자리를 얻은 홍콩 인들에게 정규직이나 임시직에 관계없이 거주 비자 기한을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 같은 호주 정부의 조치는 최근 가뜩이나 악화되고 있는 중국과 호주 관계를 더 냉각시킬 가능성이 크다. 실제 중국 외교부는“중국 정부는 (호주 정부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추가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며 “호주 정부는 그 결과를 전적으로 부담해야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최근 호주와 중국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018년 호주가 자국의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 사업에 화웨이의 참여를 금지 시키면서부터다. 여기에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양국 관계는 되돌릴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악화되고 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지난 4월 21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의 기원을 국제 조사하는 방안에 지지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호주산 소고기·와인의 중국 수입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호주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호주 투자도 23억 9,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58.4%나 감소했다. 이는 2007년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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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호주의 국제관계 싱크탱크인 로위연구소(Lowy Institute Poll)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중국이 책임감 있게 행동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3%에 불과했다. 이는 2년 전 같은 조사에서 52%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하락한 수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호주인들의 신뢰도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시 주석을 신뢰한다고 답한 호주인들은 22%에 그쳤다. 시 주석에 대한 호주인들의 신뢰도는 2018년 43%, 작년 30%에서 계속 하락하고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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