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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2경원 풀었지만...금융시장만 부풀려 실물과 '디커플링'

[급증하는 글로벌 유동성]

美 9,725조원·日 3,866조원·EU 1,019조원 달해

뉴욕증시 연일상승 등 불구 기업빚 늘고 불황 지속

자산가격 조정 땐 글로벌 경기회복 더 늦어질수도







지난달 말 국제통화기금(IMF)은 “실물과 금융시장의 괴리가 역사적인 수준”이라며 “선진국의 증시와 회사채 시장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덮친 지난 1월 중순 이후 주요10개국(G10) 중앙은행의 보유자산은 약 6조달러(7,198조2,000억원)나 급증했다. G10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15%에 해당하는 규모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년간의 증가분보다 무려 두 배 이상 많다.

이뿐만이 아니다. 각국 정부의 재정정책도 쏟아지고 있다. 서울경제가 자체 집계한 결과 미국과 유럽·일본 등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이미 풀었거나 집행할 예정인 부양책 규모는 1경9,896조원으로 2경원에 육박한다. 미국 정부가 총 2조8,000억달러의 재정지원책을 편성한 데 이어 추가 부양책은 2조달러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포함해 미국은 최소 8조1,000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일본 344조엔(약 3,866조원)을 비롯해 유럽연합(EU)이 코로나19 회복기금 명목으로 7,500억유로(약 1,019조원)를 준비 중이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들도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시장에 풀린 돈은 가계와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경기회복을 촉진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돈이 금융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2·4분기 다우지수는 17.8% 급등해 지난 1987년 1·4분기 이후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약 20% 올라 1998년 이후 최대 상승했고, 나스닥은 30.6% 급등해 1999년 이후 최고 분기를 기록했다. 나스닥은 10일에도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이 때문에 거품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연준의 유동성이 회사채 시장에도 버블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향후 2~3년간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않기로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저금리에 따른 버블 우려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야데니리서치의 설립자인 에드 야데니는 “지금처럼 유동성을 퍼부으면 연준이 사상 최대의 거품을 만들어낼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재확산과 무역갈등 같은 하방 위험이 큰 상황에서 과도한 자산가격 상승은 금융과 실물경제에 연쇄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일부 악재가 자산가격 조정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잠재된 위험 요인이 현실화하면 거품 붕괴의 트리거 작동→자산가격 조정→금융시장 충격→신용경색 등 실물경제 영향→경기둔화 심화→자산가격 추가 하락의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이미 IMF는 최근 세계 경제성장 전망치를 4월 -3%에서 -4.9%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미국 증시가 코로나19 확진자 확산에도 연일 상승세를 나타내자 월가에서는 자산시장 거품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한산한 뉴욕증권거래소 옆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는 가운데 ‘겁없는 소녀상(Fearless Girl)’이 거품 낀 미국 증시를 경계하듯 손을 허리춤에 올린 채 성조기를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대규모 유동성이 낳은 부채도 관건이다. 당장 연준이 사들인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의 시가총액만 80억달러로 개별 회사채 매입규모도 약 15억달러에 달한다. 증가한 부채가 좀비기업을 계속 유지시키면서 향후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지금까지 부채로 버텨오던 일부 기업이 3·4분기에는 잇따라 파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올 상반기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한 기업은 3,604개로 전년보다 26% 급증했다. 은행 대출과 주식매각,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던 기업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기 때 재무부에서 수석 구조조정관을 지낸 짐 밀스테인은 “우리가 관리를 하지 못한다면 3·4분기 말께 파산 물결이 몰려올 것”이라며 “9월과 10월은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유동성이 달러 가치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제로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QE)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가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다만 유럽과 일본·중국 등도 대규모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어 일부 달러 약세 가능성에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의 위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뉴욕=김영필특파원·김기혁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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