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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V자로 시작했지만 L자형 침체로 간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미 경제, 선거·무역전쟁 등 하방 리스크 많아

단기적으로 재정확대해야 하지만 장기로는 곤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셧다운 이후, 미국 경제가 V자 회복으로 시작했지만 L자형 침체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뱅크오브어메리카(BofA)의 분석인데요. 에단 해리스 BofA 글로벌 이코노믹스 헤드와 애디트야 브해브 시니어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14일(현지시간) 열린 ‘세계 경제 전망’ 전화 컨퍼런스에서 이 같이 설명했습니다. BofA는 2·4분기 미국 경제가 -35%(연환산 기준)를 기록한 뒤 3·4분기에 20%로 올라서지만 4·4분기에는 6%로 다시 주저앉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를 고려한 올해 미국의 성장률은 -5.7%, 내년은 3.4%입니다.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BofA의 시각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에단 해리스 BofA 글로벌 이코노믹스 헤드




①5·6월은 V로 시작했지만…L자로 변하는 미 경제

BofA는 미국 경제가 올 4·4분기 6% 성장한 데 이어 △2021년 1·4분기 5% △2·4분기 5% △3·4분기 3% △4·4분기 3%로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에단 해리스 헤드는 “-35%를 보였다가 20% 성장으로 가는 것은 V자 회복으로 느껴지지만 결국 한 분기만 반등이 있는 것”이라며 “5월과 6월에 우리가 V자 회복을 하고 있는 것을 봤지만 이것이 올해 연말에 우리가 어디에 있을지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처음 두 달 동안은 억눌려 있던 수요도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 코로나바이러스는 통제선을 넘어섰으며 미국 전체의 절반 이상의 곳에서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도 대규모 부양책의 효과는 인정합니다. 하지만 대규모 재정지원책이 없었다면 더 큰 경기침체로 갔을 것이라는 게 해리스 헤드의 분석입니다. 부양책이 미국 경제의 장기침체 가능성을 다 없애지는 못한다는 것이죠. 그는 기업들의 파산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②PMI 오독 말아야…“두 달 추락 뒤 이제 평탄”

해리스 헤드는 구매관리자지수(PMI)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상당 수가 PMI의 의미를 잘못 해석하면서 V자 반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보는데요.

그의 PMI 독해법은 이렇습니다.

◇해리스 헤드의 PMI 수치 변화 독해법

50→30 엄청난 침체 또는 붕괴

30→40 작은 규모의 침체 또는 붕괴

40→50 침체 상황에서의 평탄한 수준

공급관리협회(ISM)에 따르면 4월 41.5까지 추락했던 미국의 4월 제조업 PMI는 5월에 43.1을 거쳐 6월 52.6까지 올랐습니다. 이를 두고 4월에서 5월, 6월로 계속 수치가 오르고 있으니 미국의 제조업이 좋아지고 있으며 급격한 반등을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실제는 이와 다르다는 겁니다. 5월 43.1에서 지난달 50대로 상승한 것 역시 침체 상황에서의 평탄한 수준이라는 얘기죠. 해리스 헤드는 “6월은 겨우 50을 넘은 수준”이라며 “두 달 동안 하락한 뒤 이제 평탄해졌다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미국에서 중요한 서비스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비스 PMI 역시 4월 41.8에서 5월 45.4를 거쳐 6월에 57.1로 올라섰습니다. PMI를 잘못 읽어 미국이 V자 반등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특히 해리스 헤드는 현장에서는 6월의 체감경기가 더 나쁘다고 한다며 6월의 수치 상승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지난달 미국 켄터키주 프랭크퍼트에 위치한 임시 실직자센터 앞에 수천명의 사람이 실업수당을 문의하기 위해 모여 있다./로이터연합뉴스




③여전히 100만 이상의 실업 청구…좋지 않은 신호

해리스 헤드는 여전히 매주 100만명 이상이 실업수당을 청구하고 있다며 이는 좋지 않은 신호라고 단언합니다. 6월28일~7월4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131만건에 달합니다. 14주 연속 감소한 수치지만 16주 연속 100만 건이 넘는 상황입니다. 그는 “실업률이 끈질기게 높다. 미국 경제가 다시 회복되는 동안에도 여전히 매주 100만명 이상이 해고를 겪고 있다”며 “이 같은 해고는 소매와 접대업에서 벗어나 다양화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현상황에서는 기업들이 해고를 계속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게 해리스 헤드의 판단인데요. 그는 “BofA의 설문을 보면 투자자들은 회사에 투자를 하지 말고 대차대조표를 좋게 만들라고 주문하고 있다”며 “이는 장기적인 불황에 대한 대응 방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차대조표를 좋게 만들려면 각종 비용을 절감해야 하고 인력감축과 재배치도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④인플레이션 없다…노동시장·수요 약해

이날 애디트야 브해브 시니어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하나 했는데요. 그는 인플레이션이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브해브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부양책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그것이 계속되면 경제의 약세를 초래한다”면서도 “여기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겠다”고 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이렇습니다. 미국 노동시장이 약한 데다 당분간은 기업과 소비자들의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필립스곡선에 따르면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은 반비례하는데요. 특히 1990년대 이후 핵심 인플레이션은 줄곧 하락세였다는 게 그의 해석이기도 합니다. 큰 틀에서 인플레이션은 약해지는 추세라는 것이죠.

일본과 미국, 유럽의 사례도 들었습니다. 일본이 장기간 돈을 풀고 대규모 재정정책을 폈지만 되레 디플레이션으로 갔다는 겁니다. 일본이 물가가 올랐던 때는 오직 소비세를 인상했을 때라는 얘기죠. 미국과 유럽도 시장에 돈을 풀어도 인플레이션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⑤재정절벽·무역전쟁·선거가 관건…과도한 정부부채 건전하지 않아

브해브 이코노미스트는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에 하방위험이 더 많다고 봤습니다. 주당 600달러의 추가 실업급여를 포함해 많은 재정지원책이 늦어도 8월에는 끝나 재정절벽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정부가 돈을 지원해주다가 갑자기 이를 끊으면 소비가 위축될 수 있겠죠. 이 때문에 1조달러에서 1조5,000억달러 수준의 추가 재정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게 BofA의 전망인데요.

무역과 기술전쟁도 변수입니다. 선거 전보다 선거 후에 더 큰 갈등이 있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예측입니다.

선거도 그런데요. 투자자들은 민주당의 대통령과 상·하원 싹쓸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겁니다. 또 선거 후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다시 높아질지도 관건입니다.

이와 별도로 해리스 헤드는 과도한 정부부채가 건전하지 않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만 해도 코로나19에 연방정부 재정적자와 부채가 눈덩이처럼 쌓여가고 있는데요. 그는 “자본주의 경제는 긴 기간 동안 재정정책을 바탕으로 가능한 모든 분야를 떠받쳐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광범위한 부도를 막는 게 중요하고 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이는 또한 기업들의 부진을 부추기고 장기적으로 일어나야 할 자원의 점진적인 재분배를 막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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