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자녀의 초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가을 이사를 준비하는 최모씨는 최근 마포구 용강동 인근 전세를 알아보다 고민에 빠졌다. 몇 년 전부터 눈여겨본 단지들이 약속이나 한 듯 전용 84㎡ 전세물건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은평뉴타운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전세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과 가격 협의가 되지 않아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지금 보증금이 4억5,000만원인데 집주인이 새 계약을 앞두고 6억원을 불렀다”며 “가혹하지만 지금 사는 단지 전세 시세가 다 그만큼 올라버려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규제의 역설로 전세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임대차 3법’ 시행까지 겹치면서 전·월세 시장이 대혼란이다. 전용 84㎡(30평형) 기준으로 이제 강북인 마포도 신축 기준으로 사실상 전세가가 10억원 시대를 열고 있다. 정부는 임대차 3법이 전세시장을 안정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규제가 가격을 더 올려놓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하반기에는 얼마나 더 오를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마포구 용강동 주요 아파트 단지 중 ‘마포 GS자이’와 ‘e편한세상 마포리버파크’ ‘래미안마포리버웰아파트’ ‘마포용강래미안’ 등 4개 단지를 통틀어 전용 84㎡ 전세가 씨가 말랐다. 현지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전용 59㎡ 전세는 매물이 있지만 초등생 이상 자녀를 둔 3~4인 가족이 실거주하려는 84㎡의 경우 포털 광고뿐 아니라 실제로 매물이 없다”고 전했다. ‘6·17 대책’ 이후 전세시장 불안이 더 심해졌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쇼크와 정부 대책 등으로 매매와 전세 모두 잠잠했었는데 최근 한 달 사이 매매는 살아나는 반면 전세 잠김 현상은 나아지지 않고 더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가는 부르는 게 값이다. ‘6·17대책’ 이전에 7억7,000만원선에 맞춰지던 마포GS자이 전용 84㎡ 전세가 최근 8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e편한세상 마포리버파크의 경우 지난 5월까지 전용 84㎡가 8억원 후반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전용 59㎡가 8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전용 84㎡의 경우 전세 물건이 나오기만 하면 호가가 1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관측이다. 이미 월세 기준으로는 10억원에 다다랐다. 최근 거래된 것으로 알려진 보증금 6억원에 월세 100만원 반전세 거래의 경우 전·월세 전환율 3%를 적용하면 전체 보증금이 10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강남 일대도 전세가가 고공행진이다. 수요자들이 많이 찾는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의 경우 10억3,000만~11억5,000만원까지 나와 있다. 두 달 전만 해도 9억원 수준에 거래가 가능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43㎡는 6·17 대책 발표 전 5억원대에도 거래됐지만 지난달 20일 7억원, 이달 2일 6억9,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7월부터 ‘54주 연속 상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7·10 대책과 민주당이 예고한 임대차 3법 입법이 맞물려 전세물건 잠김과 가격 상승이 동반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집주인들도 전세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한 집주인은 “전세가가 너무 올라 깜짝 놀랄 정도”라며 “새 임차인을 맞을 때 전세가가 하락하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까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현재 전세 가격이 상승하는 1차 원인은 전세 공급 자체의 부족”이라며 “분양가상한제 이후 청약 대기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이번 대책으로 전세 공급이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어 “시장에서는 임대차 3법 소급적용을 우려해 미리 무리하게 가격을 올리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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