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대회에서 이글 하나면 버디 2개와 똑같이 2타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주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대회에서 이글 한 방은 버디 ‘2.5개’의 효과를 낸다. 거의 모든 대회에서 적용되는 스트로크플레이 대신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버디는 2점, 보기는 -1점, 더블보기는 -3점이다. 이글은 하나에 5점이다. 스트로크플레이의 경우 이글 2개는 버디 4개와 같은데 여기서는 이글 두 방이면 버디 5개를 한 것과 같은 점수를 얻는다. 주최 측은 그린까지 가는 경로는 비교적 쉽게 조성하고 그린을 까다롭게 세팅했다. 경기 방식에 걸맞게 화끈한 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공격적으로 코스를 공략하되 그린에서 세밀함이 떨어지면 눈앞의 과실을 딸 수 없게 만들어놓았다.
17일 충남 태안의 솔라고CC 라고코스(파72)에서 계속된 KPGA 오픈(총상금 5억원) 2라운드. 컷 통과냐 탈락이냐가 걸린 하루라 선수들의 표정은 한결 더 다이내믹했다. 5점짜리 대박을 노리는 몸짓들도 한층 더 과감해졌다. 스크린골프 투어와 KPGA 투어를 병행하는 장타자 김민수(30)가 눈에 띄었다. 그는 1라운드에 공동 110위(2점)에 그쳐 2라운드 합계 공동 60위까지인 컷 통과가 불투명한 처지였다. 김민수는 그러나 2라운드에 11점을 보태면서 공동 53위로 솟구쳐 3라운드에 진출했다. 보기도 3개를 범했지만 13번과 17번홀(이상 파5)에서 기록한 이글 2방의 힘이 컸다.
지난해 대상(MVP)·최소타수상 2관왕에 빛나는 문경준(38)도 ‘이글이글’ 타올랐다. 더블보기로 3점을 잃은 홀도 있었지만 이글 2개와 버디 4개로 15점을 획득했다. 공동 15위에서 공동 4위(26점)로 뛰어올라 선두와 4점 차에서 우승을 노린다. 세 아들의 아빠인 문경준은 278야드를 남긴 6번홀(파5) 두 번째 샷을 홀 1.8야드에 붙여 가볍게 이글 퍼트를 넣었고, 13번홀(파5)에서는 321야드 드라이버 샷을 페어웨이에 안착시켜 역시 2온 1퍼트로 5점을 획득했다. 2018년 상금왕 박상현(37)도 4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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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최연소 우승 기록을 쓴 18세 김주형 또한 힘을 내기 시작했다. 첫날 공동 84위(4점)였다가 이날 10점을 보태면서 공동 45위(14점)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같은 조의 19세 김민규는 8점(버디 5개, 보기 2개)을 추가해 합계 27점으로 선두권(공동 2위)을 지켰다. 아르헨티나동포 마르틴 김(32)도 2위다.
선두는 30점의 정승환(36)이다. 공동 8위로 출발해 버디 9개(보기 1개)로 17점을 보태 1위로 뛰어올랐다. 2013년 데뷔했지만 최고 성적이 공동 9위인 정승환은 최근 2년간 2부 투어에서 뛴 뒤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통해 올해 1부에 복귀한 선수다. 그는 “실수가 나와 보기를 하더라도 다음 홀에서 버디나 이글을 잡으면 된다. 공격적으로 칠 수밖에 없고 심리적으로도 편하게 경기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첫날 단독 선두 이창우는 점수를 보태지 못해 공동 10위(22점)로 밀렸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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