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수사 가능 여부를 놓고 여러 주장이 교차하는 가운데 경찰이 “다른 수사를 통해 (제기된 의혹에 대한) 수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태도 변화를 보였다. 기존에는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공소권이 없어졌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경찰이 서울시 공무원들의 성추행 방조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관한 진상을 규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성추행) 고소 사건을 직접 수사할 수는 없다”며 “다만 방조 등에 대해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압수수색 등을 통해 (의혹 실체에 관한) 수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방조 혐의와 관련해 현재 경찰은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서울시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현재까지 정식 입건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날 성추행 방조 정황을 조사하기 위해 피해자 A씨를 다시 소환하기도 했다. 아울러 경찰은 성추행 방조 사건 수사를 위해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를 다시 소환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전날 임 특보를 불러 총 5시간 반 가량 조사했다. 경찰은 임 특보에 대한 조사가 박 전 시장의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임 특보가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미리 알게 된 경위 등에 대한 심문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아 향후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 유출 의혹과 관련된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해당 사건은 검찰이 맡고 있어 경찰의 역할은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는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정보 누출 부분은 현재 검찰에 고발이 접수돼 있다”며 “검찰 판단을 지켜보면서 경찰 수사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피소 사실 유출 고리에 경찰이 개입됐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정식 수사까지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경찰 자체적으로 관련자들에 대한 전화 탐문 정도는 마쳤다”며 “기본적으로 수사하는 사람들이 피의사실을 외부에 알려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A씨를 향한 2차가해 관련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이미 온·오프라인 2차가해 여부를 살피기 위해 서버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 관계자는 온라인 등에서 A씨의 고소장이라며 유통된 문건의 경우 “그것이 실제 고소장이 맞는지와 별개로 고소인이 작성한 것처럼 유통되는 것 자체가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찰은 조만간 박 전 시장의 유류품으로 발견된 업무용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유족들과 일정 협의를 마친 상태다. 우선 경찰은 서울경찰청에서 포렌식을 시도한 뒤 비밀번호 해제 등에 특수 분석장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경찰청에 업무를 이관할 방침이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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