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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코로나 백신 개발 가속페달…정치·경제 논리에 밀려 부작용 뒷전 우려

[코로나19 백신의 정치경제학]

美·中 등 “항체형성" 낭보에 연말 접종 기대감 나오지만

고령층·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 대상 임상3상 벽 넘어야

접종 이후 효과·지속집단면역 가능 여부도 의구심 들어

과거 일부 백신은 상태 악화시키는 ‘백신의 역습’ 현상도

대선 앞둔 트럼프 전폭 지원…기업은 "과점 기회" 속도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1,500만명에 육박하고 사망자가 62만여명에 달하는 등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앞으로 2~3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 백신 임상시험 초기 단계에서 긍정적 전망이 나오며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일부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하지만 고령층이나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의 벽을 넘어야 하는데다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효과가 지속돼 집단면역이 가능할지에 대한 회의론 또한 만만찮다. 자칫 독감 예방접종처럼 매년 맞더라도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뎅기열 등 일부 백신에서 접종 이후 오히려 상태가 악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백신의 역습’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미국과 중국 정부 등이 백신 개발에 거액을 지원하는 것은 정치·경제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군사·경제 분야에서 헤게모니 싸움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은 백신 패권 다툼에서의 승리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대선을 100여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백신 개발에서 우위를 지켜야 한다. 기업들도 백신 개발 선두그룹에 들어가면 주가를 부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백신 시장의 과점을 꾀할 수도 있다.

◇코로나 백신 장밋빛 전망=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의 갈래는 20개가 훌쩍 넘었다. 미국과 중국 정부 등은 거액을 후원하며 임상1·2상 단계에서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 모더나에 이어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컨소시엄,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 컨소시엄, 중국의 시노백바이오테크·시노팜·칸시노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는 임상2상도 해야 하나 대부분 미 식품의약국(FDA) 등의 정식허가를 받기 전에 진행하는 임상3상을 3개월 과정으로 각각 수천명에서 최대 3만명까지 브라질이나 미국·영국·중국·아랍에미리트 등에서 시작했거나 곧 개시할 방침이다. 현재까지는 백신 접종자에게 심각한 부작용 없이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중화항체가 생기고 감염세포를 찾아내 공격하는 T세포도 형성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팬데믹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면서 각국 정부 등으로부터 거액의 지원을 받고 있다.

미국 정부는 모더나와 존슨앤존슨에 각각 4억8,600만달러와 4억5,600만달러를 지원한 데 이어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컨소시엄에도 최소 3억명 분량의 백신 공급 대가로 12억달러를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컨소시엄에도 19억5,000만달러를 지원하며 1억회 투약분을 받기로 하고 추가로 돈을 내고 5억회분을 먼저 받기로 했다. 노바백스의 백신 개발에도 16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자국민에게는 공짜 또는 저렴하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변종에 대한 우려는 많지만 아직 백신 개발을 무용화할 만한 변이 수준은 아니다”라며 “만약 집중 개발 중인 스파이크 단백질 표적 백신이 문제가 된다면 불활화백신도 등장을 앞두고 있어 갑작스레 황망한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효과와 안전성 첩첩산중=백신 개발사들의 주장처럼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백신 개발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고 볼 수도 있으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우선 건강한 사람뿐 아니라 고령층,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등에 대한 임상시험에서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정용석 교수는 “중국 칸시노 백신 임상2상에서는 55~85세의 일부 고위험군이 포함됐으나 항체형성력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2차 부스터 접종으로 복구 가능성을 보였다”며 “현재로서는 백신의 면역력 지속에 관해 확인 불가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으로 임상3상을 통과하고 생산설비와 유리병·주사기 등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무증상 환자가 확진환자의 10배 가까이 된다는 점에서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일일이 검사한 뒤 접종해야 한다. 전 세계 인구 대부분이 백신의 혜택을 받으려면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백신 효과가 모두에게 나타날지 여부와 함께 얼마나 지속될지도 의문이다. 독감 백신의 경우 유행 가능성이 있는 것을 예측해 미리 생산하면서 접종자의 60~70%에게서만 효과가 나타난다. 코로나19 백신은 특정 유형을 표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나 변이가 일어나고 있는 점이 변수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경우에도 수개월 뒤 항체가 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백신으로 생긴 항체가 얼마나 유지될지 알 수 없다. 팬데믹 종식을 위해 집단면역이 이뤄지려면 인구의 60~70%에게 항체가 생겨야 하는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신의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최근 영국 논문을 보니 2~3개월 뒤 코로나19 완치자의 항체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백신 항체도 얼마나 유지될지는 미지수”라며 “다만 자연항체가 빨리 사라졌다고 해서 백신으로 생기는 항체도 그럴 것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이는 런던킹스칼리지의 제프리 소 교수팀이 아직 동료심사를 받지 않은 상태로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공개한 논문에 기초한 것이다.

특히 항체의존감염력강화(ADE), 즉 백신을 맞고 오히려 상태가 악화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프랑스 사노피파스퇴르가 개발한 뎅기열 백신 등 일부 백신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 필리핀 등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는 “감염성 등을 증가시키는 이 현상은 뎅기열처럼 모기를 매개로 한 지카바이러스 백신 개발 과정 등에서도 나타나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잘 진행된다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어떤 코로나19 백신 후보가 안전성과 효과를 가졌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될지는 2~3년, 최소 1년 이상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뎅기열 백신.


◇백신 개발 드라이브와 정치적 배경=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미국은 백신 임상 허가 단축은 물론 효과와 안전성이 최종 검증되기 전 이미 대량생산 준비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오는 11월3일 대선을 앞두고 거센 코로나19 책임론에서 벗어나 반전을 꾀하기 위해 백신 드라이브를 거는 듯한 모습이다. 중국과의 백신 패권도 염두에 둔다.

모더나 등 미국 정부가 후원하는 여러 백신의 임상3상 시험 결과가 10월 말께 나올 예정이어서 그때 결과가 좋다면 정치·경제적으로 대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을 최종 검증하기 전에 잠재력이 큰 백신후보를 미리 대량생산한 뒤 최종 승인 후 곧바로 사용한다는 전략도 펴고 있다. 신의철 교수는 “미국은 접종 개시 시점을 단축하기 위해 8월 말부터 백신 재료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며 “이는 임상3상에서 실패할 경우 그냥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백신 개발은 독려하면서도 그동안 ‘생활 백신’으로 불리는 마스크를 외면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백신 개발에 뛰어든 기업들도 당장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들은 또 다른 쪽에서 먼저 임상3상에 성공하더라도 1~2개월 내에 좋은 결과를 뒤이어 내놓는다면 세계적으로 과실을 나눌 수 있다고 보고 승부수를 두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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