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의심되는 탈북민이 개성을 통해 월북했다고 밝힌 가운데 통일부가 여전히 “군·경과 함께 확인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탈북자의 재월북은 2017년 이후 처음인 것으로 파악됐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탈북민 재월북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군경 등 유관기관과 함께 확인 중”이라고만 답했다. 그는 “탈북자가 대한민국에 입국한 이후엔 우리 일반 국민과 마찬가지로 해외 출국 시 신고의무가 없어서 정확하게 탈북자들의 소재지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탈북자가 재월북한 사례나 수치를 묻는 질문에는 “최근 5년간 북한 보도 등을 통해서 확인된 탈북자의 재입북자는 총 11명”이라며 “2015년 3명, 2016년 4명, 2017년 4명 등이며 올해 이 건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코로나19 책임을 남측에 전가했다는 지적에는 “일단은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며 “누구인지를 특정하고 그 사람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2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소집해 개성시를 완전봉쇄하고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통신은 “개성시에서 악성비루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며 “불법 귀향자의 상기도 분비물과 혈액에 대한 여러 차례의 해당한 검사를 진행했는데 악성비루스 감염자로 의진할 수 있는 석연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군 당국은 이번 월북 탈북민을 성범죄에 연루돼 경찰 수사를 받던 경기 김포 거주 24세 남성으로 특정했다. 만약 북한 측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경찰·통일부·정보당국·청와대가 이 사실을 일주일이 지날 때까지 몰랐거나 알았어도 숨겼을 개연성이 생긴다. 탈북민에 대한 경찰의 거주지 신변 보호는 일반적으로 5년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그가 정말 군사분계선을 통해 넘어갔다면 이는 군 경계태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음을 시사한다. 해당 남성이 한국에서도 코로나19 의심 판정을 받은 경력이 있는지, 북한에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판별할 진단기술이 실존하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번 조치가 코로나19 발생을 공식화하면서 이를 남한의 탓으로 돌리는 명분으로 삼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이를 본격적인 대북 보건 지원을 위한 일종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방역을 빌미로 국경지대인 개성에 군부대를 주둔시키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