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천 마스크 8,000만장을 유치원 등에 추가 배포할 계획이라고 아사히신문과 교도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앞서 마스크 배포 사업으로 조롱을 받았던 아베 신조 총리가 또다시 마스크 대량 배포에 나선 것은 이미 발주한 물량을 처리하기 위함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보도에 따르면 배포 대상은 유치원, 보육소, 장애인시설, 개호(介護·노약자 돌봄)시설 등이며, 배포 기간은 이달 말부터 9월까지다. 앞서 아베 정권은 이들 시설에 4월부터 2,000만장, 6월부터 4,000만장의 천 마스크를 배포한 바 있다.
‘아베노마스크’(アベノマスク·아베의 마스크)라고 불리며 조롱의 대상이 된 전국 가구 배포 천 마스크와는 다른 사업이지만, 마스크의 소재와 형상은 같다. 일본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임산부용으로 배포한 천 마스크에 이어 전국 가구에 배포한 마스크에서도 곰팡이나 벌레 등의 이물질이 발견돼 재검품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재검품 과정에서 마스크 배포가 지연됐고, 배포 시점에선 이미 시중의 마스크 품귀 현상이 상당 부분 해소돼 정책 효과가 발휘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처럼 논란이 많았던 천 마스크 배포 사업이 계속 추진하는 것은 이미 발주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아사히가 천 마스크 배포 사업과 관련해 후생노동성이 민간 업자와 체결한 계약서 37통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미 배포 및 발주가 끝난 천 마스크는 총 2억8,700만장에 달한다. 전국 가구 배포용이 1억3,000장, 유치원과 개호시설 등 배포용이 1억5,700만장이다.
전체 발주 비용은 507억엔(약 5,675억원)이며, 모두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이었다. 게다가 후생성은 전국 가구 대상 천 마스크 배포가 끝난 6월 22일에도 이토추(伊藤忠)상사 등 9개 기업에 5,800만장을 추가로 발주했다. 이미 오래전에 시중의 마스크 부족 현상이 해소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천 마스크 배포는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기타큐슈시에서 방문 간호 업무를 하는 한 간호사(44)는 “정부의 천 마스크는 작고 얼굴에 밀착되지도 않아 간호에는 사용할 수 없다”며 “의료 현장에선 세탁해 재사용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어, 앞으로 도착해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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