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28일 열린 상임위에서 연달아 법안 상정 처리에 속도를 내자 미래통합당은 “여야 협의 없이 강행하는 의사일정과 법안상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통합당 국토교통위원들은 이날 오후 국토위 회의에서 전원 퇴장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의 일방적인 법안 상정 처리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통합당 국토위원 일동은 “민주당이 청와대 하명에 따라 처리를 강행하려는 임대차 3법과 국민적 저항이 커지고 있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대책 등 민주당 법안 6건만 골라 전체회의에 상정·통과·강행을 시도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21대 국회에서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된 법안은 총 168건이다. 이 가운데 주택법 개정안의 경우 야당 법안과 함께 상정해 병합심사를 해야 함에도 민주당이 낸 법안 6건만 강행 처리한단 것이다. 김은혜 통합당 의원은 “오늘 상정 법안을 보면 100% 여당 상정 법안”이라며 “간사 간 합의 없이 긴급히 올려놓은 여당 법안이 무려 2번이나 추가로 상정됐다”고 호소했다. 이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인 경우에도 “여당 것만 상정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민주당이 무리하게 추진하려는 법안이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개원연설에서 강행처리를 요구한 ‘임대차 3법’과 ‘12·16 부동산 대책 후속 법안’인 점에 주목했다. 김도읍 통합당 의원은 “국회 상임위에서 문제점과 부작용을 심도 있게 논의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문제점을 나열했다. 임대차 3법 관련해선 “우리나라에만 있는 주택임대제도로 주거비 절감에 큰 장점이 있는 전세제도의 공급을 크게 위축시키고, 월세 또는 보증부 월세로 급격하게 전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7·10 대책에서 파생된 부동산 규제정책에 대해선 “실거주 비(非)선호지의 경우 고의적 경매가 발생해 임차인에게 깡통 주택을 떠넘기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도읍 의원은 “청와대의 하명에 따라 시간을 정해놓고 이번 임시국회에서 무리하게 통과시키려 하는 본 법안들로 인해 발생하는 시장의 혼란과 서민 피해는 전적으로 민주당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국토위원들은 여당의 수적 우세에 대한 자신감에도 혀를 둘렀다. 김도읍 의원은 “수적으로 구성해야 할 소위원회조차 구성하지 않고, 전체회의에서 숫자를 앞세워 기습 기립 표결로 상정한다”고 지적했다. 김은혜 의원은 “위원장에게 항의했더니 답변은 표결로 하자는 것”이라며 “합의에 의한 정치가 아닌 표결로 밀어붙이는 정치”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합치의 시대를 열자던 개원 연설을 언급하며 “2주도 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초선인 박성민 통합당 의원은 “업무 보고도 없이 수업도 안 받고 리포트 치른 격”이라며 “초선들은 2년 내내 정말 이런 독재 정말 여당에 맞서서 참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 섰다”고 심정을 밝혔다. 송언석 의원은 “숫자에 의해 힘으로 몰아붙이는 정치는 폭력행위에 상당하고 곧 폭정”이라며 “여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부동산 대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고 여기에 따른 모든 피해는 소시민들이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통합당 기획재정위원들 역시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이 입법 속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무슨 법안을 상정하는지 알려주지 않는 ‘백지투표’ 꼼수를 부렸다고 비난했다. 여당에서 34개의 소득세법·법인세법·종합부동산세(종부세)법 개정안 가운데 어느 의원의 개정안인지 밝히지 않은 채 별도의 첨부 파일도 없는 서면 동의서를 기재위에 돌렸기 때문이다. /김혜린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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