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27일 오후11시 무렵 서울 노원구의 한 포장마차에서 50대 남성이 사람을 때리고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가해자로 지목된 서모(51)씨에게 신분증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건 따귀와 욕설이었다. 출동 경찰관에게 심한 욕설을 내뱉고 뺨까지 때렸지만 서씨에게 내려진 법원 판결은 벌금 300만원에 불과했다. 재판부는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무력화해 국가의 기능을 해하는 범죄여서 죄질이 가볍지 않지만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권력을 토대로 시민을 지켜야 하는 경찰이 오히려 시민들에게 매 맞고 욕먹는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정작 공무집행방해죄로 재판에 넘겨져도 대부분 벌금형과 같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어 경찰 공권력에 도전하는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경찰청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공무집행방해로 검거된 사범의 수는 지난 2007년 이후 매년 1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매일 30명가량의 경찰관이 폭언과 폭행을 당하는 셈이다. 하지만 2018년 공무집행방해 검거 사범 1만1,426명 가운데 구속된 경우는 단 5% 수준인 656명에 그쳤다.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법원의 판결은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머물고 있다. 현행법은 공무집행을 방해하면 최대 5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한 법원의 공무집행방해죄 권고형 범위는 징역 6개월~1년 6개월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제 대부분의 공무집행방해 사범들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선고에 그치고 있다. 심지어 과거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더라도 법원은 여러 상황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있다. 2002년 공무집행방해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김모(37)씨는 올해 2월 서울 강북구의 한 술집에서 만취 상태로 또다시 경찰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했지만 법원은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부양가족이 있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며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경찰관을 상대로 폭력을 휘둘러도 실형을 사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같은 범죄가 되풀이되는 셈이다. 우리와 달리 해외 선진국들은 경찰관 폭행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경찰관 상습폭행범에게 최고 종신형까지도 처벌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경찰에게 폭언을 가하고 폭행하는 이에게 보다 강한 형벌을 내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무리 재판에 넘겨도 벌금형처럼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러한 공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공권력에 막 대해도 크게 처벌받지 않는다는 학습효과만 심어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법 집행을 강력하게 하고 재판부가 무거운 처벌을 내려야만 근절될 문제”라고 덧붙였다. /심기문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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