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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성삼재





삼한시대 때 마한과 진한 간에 전쟁이 벌어졌다. 진한 군사에 쫓겨 지리산까지 숨어 들어가야 했던 마한의 효왕은 깊은 협곡에 달궁이라는 궁전을 짓고 살았다. 그는 동서남북 4개 방향에서 쳐들어올 적의 공격에 대비했다. 그중 남쪽에는 성(姓)이 다른 세 사람의 장군을 내세워 막도록 했다. 지리산 관문의 하나인 성삼재라는 지명의 유래다. 성삼재는 지리산 서쪽에 있는 백두대간 고개 중 하나다. 높이 1,102m인 이곳에 오르면 팔랑재·황령재 등의 고개는 물론이요, 구례의 지리산온천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성삼재가 외지인들에게 알려진 것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이 지리산의 목재를 수탈하기 위해 길을 내면서부터다. 이 길이 6·25전쟁 때는 빨치산 토벌을 위한 군사작전 도로로 활용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찾은 외국인들이 지리산 구경을 하도록 이 도로를 넓히면서 지금의 성삼재도로(861번 지방도)가 됐다. 1991년에는 성삼재 주차장까지 만들어졌다.

성삼재 도로가 생기자 등산객들은 자동차를 타고 성삼재까지 올랐다. 성삼재에서 1시간 남짓이면 지리산 3대 봉우리 중 하나인 노고단까지 갈 수 있다. 성수기에는 이곳을 찾는 차량과 사람들이 어찌 많은지 성삼재 주차장에 가기 전에 이미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이때는 성삼재 일대의 공기가 서울보다 못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수많은 야생동물이 성삼재 도로를 횡단하다 차량에 치이는 로드킬을 당했다.



전남 구례 주민들이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성삼재를 오가는 시외버스 운행 허가에 반대하며 2주째 시위 중이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승인해 시외버스가 매주 금·토요일 왕복 1회 운행되고 있다. 주민들은 환경보호를 내걸며 성삼재 도로를 폐쇄하고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들은 “갑자기 시외버스 운행 허가 문제가 불거졌다”면서 버스 운행의 즉각 철회를 주장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인 지리산에서는 2004년부터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이다. 반달가슴곰들이 지리산 곳곳에 퍼져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성삼재 갈등이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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