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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왜 나빠?' 묻더니…악화하는 여론에 말바꾼 與 "월세 전환 최소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5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른바 임대차 3법)을 강행 처리하면서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전세의 소멸’을 지적하는 야당에 “월세 전환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 하루 만에 “임대인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꾸는 것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정책 기조를 바꿨다.

부동산 정책을 주도해야 하는 여당이 오락가락하며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임에 따라 시장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5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월세 시장 대책과 관련해 “전월세 임대 시장에는 선제적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금리 높았던 시절 책정된 4%의 전월세 전환율을 현재 저금리 상황에 맞게 낮추는 등 탄력적 운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로 현행 주택임대차 보호법에는 ‘기준금리+3.5%’로 책정돼 있다. 이를 현재 기준금리 0.5%에 적용하면 전월세 전환율은 4.0%다.

전월세 전환율이 높다는 것은 전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월세 부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전세 2억원의 주택을 현행 전월세 전환율 4%로 월세 전환하면 보증금 5,000만원, 월세 50만원이 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4일 저녁 한 방송에 출연해 전월세 전환율을 손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준금리에 3.5%를 더하는 것으로 결정됐던 때는 기준금리가 2.5~3.0%였지만 지금은 0.5%”라며 “3.5%는 현재 기준금리 수준에 비하면 과하다고 생각해 이를 낮출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이 같은 결정은 전세의 월세화, 전세 품귀 현상을 우려하는 국민들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이날 “국민 누구나 월세를 사는 세상이 온다”는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과 관련해 “그 말이 맞고 안 맞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공급확대TF회의결과 브리핑에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확대방안을 발표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여당 의원들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따라 ‘전세의 월세화’를 우려하는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지적에 일제히 반발한 바 있다. 윤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많은 사람들이 전세를 선호하지만, 이 법(임대차 3법) 때문에 너무나 빠르게 소멸되는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며 “수많은 사람을 혼란에 빠트리게 됐다. 벌써 전세 대란이 시작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서울시 행정1부시장 출신인 윤준병 의원은 지난 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은 나쁜 현상이며, 임대계약기간을 기존 2년에서 2년 추가 연장하면 전세가 월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취지의 통합당 의원(윤희숙) 5분 발언이 인터넷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며 “그러나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이 나쁜 현상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세가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독특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소득 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멸될 운명을 지닌 제도”라며 미국 등 선진국을 거론했다. 윤 의원은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온다”고도 덧붙였다.

소병훈 의원 역시 지난 3일 “(전세 제도는) 대한민국에만 있어야 하고 몇몇 나라에만 있어야 하고 왜 그 문제로 서민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원욱 의원은 지난달 30일 언론 인터뷰에서 임대차 3법으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 “어쩔 수 없다”며 “아마 꽤 많은 (전세가) 상승이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일시적 전세가 인상 효과는 있겠지만 그 뒤에는 안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같은 여권 인사들의 발언에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상에서는 여당 의원들이 실제 서민들의 고통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급격한 전세의 월세화에 따른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 전세 난민 양산 등의 현실을 외면한 채 월세의 장점만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권에서도 여당의 ‘전세 소멸은 긍정적’이라는 주장에 재반박에 나섰다. 이언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다달이 집세로 버는 돈이 다 소비돼 저축이 어려워질텐데 이게 뭐가 나쁘냐니, 서민에게 얼마나 가혹한 말이냐”면서 “결국 국가가 임대사업을 하고 집 주인이 되겠다, 국민 스스로 일어서게 하는 게 아닌 국가에 예속시키겠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비판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역시 “월세 안 살아봐서 하는 소리”라며 “그래서 사람들이 전세 찾아다니는 게 ‘콘서트 7080’과 같은 복고취향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미래통합당에 ‘윤희숙 바람’이 불고 있다.윤 의원은 지난달 30일 임대차 3법에 반대하는 본회의 5분 연설로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일약 ‘스타 초선’이 됐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본회의장에서 연설하는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 /연합뉴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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