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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취안쥐더





중국을 대표하는 베이징덕(북경오리) 전문점 취안쥐더(全聚德)에 대한 저우언라이 전 총리의 애정은 각별했다. 외국 귀빈 접대차 27차례나 방문하고 상호로 이런 삼행시를 지었을 정도다. “취안(全)-결점 없이 완벽한(全而無缺), 쥐(聚)-한번 모이면 헤어지고 싶지 않은(聚而不散), 더(德)-지고지순한 덕을 갖췄다(仁德至上).” 취안쥐더는 청나라 때인 1864년 양취안런이라는 상인이 과일가게를 인수해 차린 오리 요릿집이다.

원래 가게 이름은 더쥐취안(德聚全)이었다. 상호를 거꾸로 하면 운수대통한다는 풍수가의 말에 솔깃한 주인이 취안쥐더로 간판을 바꿨다. 그런데도 처음에는 벌이가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청나라 황궁 요리사 출신을 데려오면서 ‘오리구이 잘하는 집’으로 입소문이 났다. 중국 공산화 이후에도 지도자들이 자주 들르면서 명성은 더 높아졌다. 중국인들 사이에 “만리장성에 오르지 않으면 대장부가 아니고 취안쥐더 요리를 먹어보지 못하면 인생의 큰 한이다”라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다.

마오쩌둥은 ‘영원히 보존하라’는 친필 휘호까지 써줬다. 취안쥐더가 중국의 최고 반열에 오른 데는 국가대표 브랜드화도 한몫했다. 중국 정부는 오리를 화롯불 위에 걸어놓고 장작을 때서 굽는 구이 방식을 ‘국가급 비물질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중국을 방문한 외국 지도자들의 동선에 취안쥐더를 단골로 넣는 마케팅도 펼쳤다. 1972년 중국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이곳에 들렀다. 2004년 방중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각국 요인들이 대거 방문해 만찬을 즐겼다.



취안쥐더가 지난달 말부터 음식값을 평균 10% 내리고 봉사료(팁)를 받지 않고 있다. 젊은 층을 겨냥한 새 메뉴도 선보였다. 코로나19 등으로 시장 환경이 급변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고급 메뉴로 비즈니스 연회와 외국 관광객을 상대로 한 영업에 집중해왔는데 대중화로 방향을 전환했다. 150년이 넘는 전통의 맛집도 생존을 위해 변신해야 하는 격변의 시대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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