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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관리, 과학적 접근없이 정쟁만...물관리청 만들어 통합 필요"

■ 서경 펠로·전문가 진단..물관리 문제점·개선방안

기후변화로 상시 집중호우 불구

'생색 안나는' 치수엔 투자 안해

매년 물난리 되풀이..피해 키워

장기적 예산·인력체계 손질 절실

올해 최악의 물난리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물관리 사업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와 장마 피해는 앞으로 상시화될 수밖에 없는데 농업용·전력용·홍수조절용 등으로 분절화된 현재의 물관리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국가적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다. 5명의 서경 펠로(자문단)와 물관리 전문가를 통해 올해 수해가 예상보다 컸던 원인과 피해 방지를 위한 개선방안 등을 들어봤다.

이번 수해는 치수사업 등한시 한 결과

장석환 대진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큰 영향을 받는 부분은 물과 에너지”라며 “이번 집중호우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예상된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번 물난리는 치수 사업을 평소 등한시한 인재이자 관재라는 것이다. 그는 “치수 사업은 국민 안정과 생명을 담보하는 일인데도 생색이 안 나는 사업”이라며 “도로·철도 사업에는 수십조원의 예산을 쏟아붓지만 하천정비 예산은 1조원도 안 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준 건국대 사회환경공학부 교수도 같은 입장이다. 김 교수는 “기후변화 시대에 올해와 같은 물난리는 매우 잦아질 것”이라며 “댐 운용 룰을 기후변화 시기에 맞춰 크게 고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환경 속에서 댐 운영을 해야 한다”며 “댐 운용 기술을 확보하고 시설물을 보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전적 대응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장마기에는) 사전에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마철 수해 예상 시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태풍이 어디로 간다고 사전에 선포해 주민을 법적으로 강제라도 대피시킨다”며 “사후 복구에만 신경 쓰기보다 사전에 재난지역을 선포해 주민을 대피시키는 등 피해를 줄이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규제 함몰되지 말고 수자원 활용 나서야

전문가들은 물관리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물관리 일원화의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장 교수는 “댐 하나만 하더라도 제대로 운영·관리하기 위해서는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다”며 “물관리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기피 분야여서 순환보직이 많고, 그렇다 보니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관리 사업은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분야인 만큼 장기적인 안목으로 인사와 예산확보 방안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관리를 일원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댐 운영부터 지류·지천, 도심 하수시설까지 홍수에 대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 교수는 “이번에 큰 피해가 발생한 의왕댐의 경우 댐 관리는 한국수력원자력, 방류 결정은 환경부 산하 한강홍수통제소, 하천·제방은 국토교통부가 관리하고, 또 농업용 저수지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담당한다”며 “관리주체를 일원화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물관리청과 같은 조직을 만들어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한국수자원학회장을 맡고 있는 전경수 성균관대 수자원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 물관리 일원화 정책의 핵심 부처인 환경부의 사고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오염원을 줄이거나 수량을 늘려야 한다면서 ”환경부는 오염원 배출을 단속하고 규제하는 소극적인 수질관리에는 익숙하지만 추가적인 수원 확보 등을 포함하는 적극적인 수질관리도 가능하도록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력한 권위 갖춘 美 환경관리청 벤치마킹

물관리 주체를 국토부로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 교수는 “환경부는 물관리 기준 정도만 제공하고 수자원 개발 및 물관리는 국토부가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물관리 일원화 상태가 엉망진창”이라며 “물그릇, 즉 하천 관리는 국토부가 하고 그릇 속의 물은 환경부가, 그 물마저도 수자원공사 등 각종 기관이 흩어져 관리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관리권을 가져가 자리 수를 늘리고 귀찮은 하천 관리 부문만 국토부에 넘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는 환경관리청이 있는데 과학·기술 쪽으로 규정이 합리적으로 잘 마련돼 있어 가장 강력한 권위를 가지고 있다”며 “부가 아닌 청이지만 모두 공감 가능한 규정이 있기에 권위도 갖추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4대강 논란과 관련해 “이런 물난리 속에서 정부와 여야가 4대강을 정치쟁점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전 교수는 “지금은 각자가 자신의 주장만 하다 보니 진영논리가 될 뿐 아니라 과학 기술적인 얘기들은 묻히고 왜곡이 된다”고 말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학과 교수는 “수질과 함께 수량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면서 “물관리 부처가 여러 곳에 나뉘어 있으면 대규모 홍수가 발생할 때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정치권의 4대강 논란과 관련해 “이런 엄중한 재난 시기에 왜 4대강을 정치쟁점화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정치권이 나서는 바람에 전문가 사이에 4대강에 대해서는 누구도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며 “이렇게 되면 4대강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과학적인 평가가 불가능해진다”고 꼬집었다. /한재영·하정연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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