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령(사법연수원 31기) 대검찰청 공안수사지원과장(부장검사)이 검찰 직제개편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날 사의를 표명했다. 형사부·공판부 검사를 중용하는 내용 등이 담긴 직제개편을 토대로 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27일로 예정되면서 이 부장검사를 비롯해 검사들이 대거 사표를 낼 것으로 보인다.
25일 오전 이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의글을 올렸다. 인사 등 민감한 시기에 사표를 낸 것이지만 이 부장검사는 사의글에 검찰개혁에 대한 비판 등의 내용은 담지 않고 개인 소회를 위주로 적었다. 그는 “가족에게 돌아가는 게 올바른 선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바뀐 사법환경에서도 종래 해왔듯이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의 맡은 바 업무를 묵묵히 해나가신다면 장차 국민이, 국가가 검찰을 믿어주시리라 굳게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바뀌어진 사법환경에서도 훌륭한 동료 선후배들이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의 국가정체성을 지켜나가야 하는 지난한 업무를 새 시각에서 훌륭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해,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부장검사는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대면 조사에도 직접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원지검 공공수사부장을 역임했을 때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당시 자유한국당의 직권남용 혐의 고발 사건도 수사했다.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선 이 부장검사가 사의글에 말을 아꼈지만 현 정권에 등을 돌리면서 사표를 낸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한편 오는 27일 차장·부장검사 인사가 단행되면 사표를 낼 검사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검사들은 인사 결과까지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지만, 형사부·공판부 검사들을 우대하는 인사를 하겠다고 법무부가 밝힌 만큼 특별수사·공안수사 분야 검사들의 줄사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사법연수원 26~28기 검사들 중에서도 검사장 승진을 하지 못한 차장검사들도 사표를 낼 것으로 보인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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