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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코트엔 점원이 더 많아..."단골도 끊겨 폐업 고민 중"

[거리두기 2.5단계 첫날]

수도권 상권 썰렁...전통시장은 명절연휴처럼 한산

헬스·당구·골프연습장 등 실내체육시설도 문닫아

배달은 호황...일부 대행사 기본 수수료 500원 올려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작된 30일 낮, 서울 종로구의 피아노 거리가 지나가는 행인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한산한 모습이다. /권욱기자




# 30일 낮12시 반 서울 송파구에 있는 롯데월드타워 6층 푸드코트. 주말이면 가족과 연인 단위 손님으로 꽉 차 구석구석 빈자리를 찾아야 하는 곳이다.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첫날 이곳을 찾은 고객은 어림잡아 20명도 채 안 됐다. 미처 취소하지 못한 이 건물 7층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공연장을 찾은 관람객 김모(46)씨는 “지난주 말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오늘은 식사하러 온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며 “미처 취소하지 못해 찾은 공연장에서는 2,000명 좌석에 100여명만이 띄엄띄엄 앉아 공연을 관람했다”고 전했다.

# 같은 시각 서울 관악구 인헌시장. 평소 주말이면 상인들과 고객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했지만 이날은 명절 연휴처럼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생선 가게 주인은 “오전에 반 이상 팔고 오후에는 정리해야 하는데 오늘은 사람 자체가 없으니 물건이 남아돈다”며 생선에 물을 끼얹었다. 긴 줄이 늘어섰던 시장통 맛집 앞에도 사람이 없었고 꽈배기집의 경우 내부 매장은 문을 닫고 밖에서 주문만 받았다. 입구에 ‘매일 오전 모든 기계를 소독합니다’라는 안내문만 내걸었다.

‘한 번도 가지 않은 길’ 방역 2.5단계 시행에 수도권의 시간이 멈췄다. 규제 대상인 식당과 프랜차이즈 카페뿐 아니라 전통시장, 대형 쇼핑몰, 동네 카페, 골목 식당 등도 도미노 적막이 흘렀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과연 다음달 6일까지만 견디면 될까 하는 회의론도 나왔다.

◇‘타깃’ 규제 대상뿐 아니라 전 상권 덩달아 냉기=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대상 업소들은 한층 강화된 방역 조치에 따라 방문고객이 크게 줄어 한산함을 넘어 적막함이 흘렀다. 수도권의 모든 프랜차이즈 커피점은 매대를 제외한 매장 통로의 통행을 제한하고 테이블을 모두 정리한 후 곧바로 QR코드 등록 절차를 통해 테이크아웃을 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거리두기 대상에서 제외된 수도권의 개인 카페들도 덩달아 냉기가 돌았다. 주말이면 차 댈 곳이 없는 분당의 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주인은 “이번 조치가 프랜차이즈형 카페뿐 아니라 개인 카페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잘못 아시는 분이 많다”면서 “이곳은 테이크아웃 손님 대신 카페에 머무는 손님이 대부분이라 타격이 크다”고 전했다. 홍대·경리단길·이태원·청담동 등에 형성돼 있는 개인 카페 골목은 문을 열었지만 테이크아웃하는 손님의 발길도 종일 뚝 끊긴 상태였다.

배달을 통해 음식과 식재료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다시 급증하며 배달 기사들이 분주하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권욱기자


카페는 끊긴 손님 앞에 매출 급락을 걱정하고 있다. 대형 커피전문점의 포장·내점 매출 비율은 4대6 혹은 5대5다. 수도권 매장에서는 이번 조치에 따라 매출의 절반을 잃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 관계자는 “테이크아웃 고객이 조금 늘어난다고 해도 많게는 매출 절반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음달 6일 조치가 풀려도 심리 회복에는 시간이 걸려서, 매장 유지를 계속 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5가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매장 출입구에는 ‘테이크 아웃(포장판매)만 가능합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붙어 있었다. ‘테이블 이용이 제한된다’는 안내를 받은 한 손님이 “잠깐 화장실만 이용해도 되느냐”고 점원에게 물었지만 “화장실 이용도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서울 종로구의 한 해장국집 주인은 “밤 장사로 버는 돈이 매출의 30%가 넘는다”며 “이마저도 못 하게 되면 폐업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20년 전통 중식당은 주말 점심에도 찾는 이가 없었다. 주인은 “코로나에도 간간이 찾던 단골마저 끊겼다”며 “고정비도 못 내는 터라 조금만 이어져도 식당을 닫을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홍대, 이태원, 강남역의 밤 풍경이 바꿨다. 지난 30일 자정, 이태원 역 해밀턴 호텔 뒤 저녁이면 발 딛을 곳 없는 감성주점과 헌팅포차조차 문을 닫았다. 군데 군데 ‘코로나19 확산방지에 동참하고자 잠시 임시휴업’ 안내문이 나부꼈다. 이태원에 한 주점 주인은 “나라에서 하라니 답이 있나요”라며 “이태원 대표로 꼽히던 홍석천 씨 마저 마지막 이태원 가게를 접을 정도로 체감경기는 더욱 매섭다”고 볼멘 소리를 쏟아냈다. 각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30만명에 달하는 강남역과 홍대 밤 역시 자정이 되니 간판마저 꺼졌다.

◇헬스장·필라테스 등 실내체육시설 중단=경기도 의정부의 한 볼링장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에 따라 임시 중단되니 양해 부탁드린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헬스장·골프연습장·당구장·배드민턴장·볼링장·수영장·무도장·스쿼시장·에어로빅장·탁구장·필라테스 등 실내체육시설은 운영이 아예 중단됐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헬스장 앞에는 문이 닫힌 채 ‘최저가’를 내세운 홍보물만 내뒹굴었다.

강남의 한 주상복합에서 필라테스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코로나19 이후 예약제로 폐쇄적으로 운영하며 겨우 월세를 감당했지만 이렇게 되면 단골들이 끊기면서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 생긴다. 아직 계약기간이 남았는데 큰일”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당구장에는 휴관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 주민은 “당구장 등 실내 스포츠센터 코로나 확진이 늘어나면서 가기가 더욱 꺼려진다”며 “2.5단계 시행이 끝나도 실내서 하는 운동은 주저될 것 같다”고 말했다.

◇주점이 된 편의점…배달시간은 배로 늘어=주점이 30일 자정 문을 닫자 편의점 술집이라는 또 다른 풍속도가 등장했고 ‘랜드마크’ 격인 아주 일부의 식당들은 여전히 북적였다.

간밤에는 주점 대신 편의점에서 술을 마셨다는 사진이 쏟아졌다. 홍대역에서 10분을 걸어 도착한 합정동 골목. 30일 0시를 넘긴 시각임에도 또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마포구 합정동의 한 편의점 앞은 삼삼오오 모인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편의점에서 설치한 야외테이블 4곳은 명당이 됐고, 자리에 앉지 못하더라도 선 채로 맥주 캔을 따며 마스크를 없이 얘기하는 20·30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주점 거리에는 2.5단계 시행 전 ‘마지막 파티’를 즐기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 민속주점에서 30일 술을 마시던 한 손님은 “이제 일주일 동안 야간 모임이 불가능하니 이날 마지막으로 친구들끼리 모였다”고 말했다.

평소 30분 안에 도착하던 배달주문의 경우 이날은 1시간40분 이후에나 도착한다는 답변이 왔다. 손님들로 가득 찼던 매장은 단 한 명의 손님 없이 비었지만 테이블에는 비닐에 쌓인 배달음식 10여개가 배달 기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와중에 배달대행 업체 ‘생각대로’는 2.5단계 거리두기 시행을 앞둔 지난 29일 ‘코로나 할증’이라는 명목으로 한시적으로 배달거리 500m당 기본 수수료를 3,000원에서 3,500원으로 올렸다.
/김보리·박민주·박형윤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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