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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까지 참여 거센 반발...타협점 못찾으면 '일시봉합' 그칠듯

[의사 국시 일주일 연기]

반발 자초한 정부, 의료공백 우려 '국시' 하루전 후퇴

전공·전임의들 줄줄이 사직서 제출...강경 입장 고수

의료계 "정책 백지화" 정부 "불가" 여전히 살얼음판





정부가 의대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려던 의사국가시험 일정을 일주일 연기하면서 극단적 파국은 피했지만 이는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정부는 그동안 정부 정책 추진에 반발해 집단 진료거부로 대응한 의사들을 강제로라도 진료현장에 앉히겠다며 행정명령과 경찰 고발에 이어 의사 국가시험 강행 의지까지 내비치는 등 초강수로 대처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강공 드라이브는 설득을 통한 합리적 타협 도출은 하지 못한 채 오히려 의료계의 투쟁 의지만 가열시켰다. 전공의·전임의들은 집단 사직서를 제출했고 의대생 대다수는 시험을 하루 앞둔 31일까지 보이콧을 풀지 않았다. 서울성모병원 외과 교수들은 오는 7일 외래 진료와 수술 중단을 결정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예상보다 강력한 의료계의 반발에 정부는 국시 연기라는 카드를 꺼내 들며 일단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의대 정원 확대 등 주요 정책의 ‘철회’ 혹은 ‘원점 재검토’ 불가 입장을 유지하면서 정책 추진 ‘중단’을 마지노선으로 못 박고 있다. 정책 백지화를 요구해온 의료계와의 시각 차가 워낙 크다. 결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의료계의 요구를 고려해 타협점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이번 국시 연기는 일시적 갈등 봉합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무기한 총파업을 시작한 지 11일 차인 31일 오전까지만 해도 강공을 이어갔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비수도권 수련병원의 응급실·중환자실 10곳에 대해 3차 현장조사를 하고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지난 26∼27일 수도권 수련병원 20곳을 1차 현장 조사한 데 이어 28일부터는 수도권 10곳과 비수도권 10곳 등 20곳에서 전공의 등의 휴진 현황을 2차로 확인한 뒤 이들의 복귀 여부를 파악했다. 28일에는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은 10명의 의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이날 의사 고발 사건을 접수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배정했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으며 해당 사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의대생들의 시험 거부 사태로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개시일을 오는 9월8일로 미룬 가운데 31일 서울 자양동 한국보건의료인시험원에 적막감과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호재기자


정부의 본격적인 행정권 발동은 오히려 의사들을 결집시켰다. 이날 전국 전공의 수련기관 200곳 정부 조사에 응한 151곳 전공의 7,975명 중 6,688명(83.9%), 전임의 2,188명 중 714명(32.6%)이 집단 휴진에 나선 가운데 일제히 사직서를 제출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전공의 953명 중 895명(93.9%), 전임의 281명 중 247명(87.9%)이 사표를 썼다. 다만 코로나19 선별진료소는 봉사 형태로 참여했다. 백창현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과 약속했던 코로나19 진료는 지속할 것”이라며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철회한다면 모든 전공의는 지체 없이 일터로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 등 서울대병원 계열에서 근무하는 전임의들도 동참했고 고려대 구로병원을 시작으로 고려대 의료원 소속 의사들도 사직서를 냈다. 의대 교수들도 제자들에 힘을 보탰다. 서울성모병원 외과 교수들은 대한의사협회가 예고한 9월 7일 전국의사총파업에 맞춰 하루 동안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한다. 교수급 의료진의 첫 단체행동 공식 발표다. 보건복지부가 이날 현장조사에 나선 경북대병원과 계명대 동산병원에서는 공무원 동선을 따라 교수진이 길게 줄을 서 팻말을 들고 정부의 정책 추진 강행을 비판했다. 김상걸 경북대 의대 교수회 의장은 “빌미를 제공한 건 정부”라며 “잘못된 정책을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많은 문제가 예상됨에도 밀어붙이는 것에 전공의들이 문제를 제기한 건 교수로서 봤을 때 정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들은 입장문을 내고 “부당한 공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건강을 수호하려는 젊은 의사를 겁박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며 “전공의 중 단 한 명이라도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 교수 일동은 사직을 포함한 모든 단체행동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지어 대학생들도 참여했다. 졸업을 앞둔 의대생들은 자칫 의사 면허 취득이 1년 미뤄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단결력을 유지하며 10명 중 9명이 국시 응시를 취소했다. 김성윤 가톨릭의대 학장은 “연간 3,000명 수준의 새내기 의사들이 배출되고 있는데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로 그 규모가 10% 정도로 줄면 당장 내년 인턴 모집은 물론 공중보건의·군의관 수급에 큰 차질이 생긴다”며 “의사 국시를 국가 사회적 안목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임웅재·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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