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6개월 넘게 장기화하면서 아동학대의 사각지대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원격수업과 재택근무 등으로 부모와 아이가 한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학대 정황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전문기관 등이 꾸준히 아동들과 접촉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대면접촉이 어려워지면서 신고·예방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벌어진 아동학대 사건의 79.5%는 가정 내에서 발생했다. 또 전체 아동학대의 75.6%는 가해자가 부모였다. 사실상 아동학대 10건 중 8건이 가정 내 부모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학대 우려가 있는 가정의 경우 집에서 부모와 아동이 접촉하는 시간이 늘수록 학대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로 우리 사회의 대면접촉활동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아동학대를 조기에 찾아내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 건수는 지난 2014년 1만27건에서 지난해 3만45건으로 5년 새 무려 3배가량 급증했다. 이는 아동학대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하면서 신고 건수가 함께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아동학대 발견 비율은 1.10%에서 3.81%로 크게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평소 학대 우려가 있는 아동을 직접 만나 살펴보는 등 면밀한 관찰을 통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교사는 학교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가정방문을 통해 학대 우려 요소를 점검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접수된 전체 아동학대 사례의 절반 가까이도 아동보호전문기관장 및 종사자(32.3%)와 초중고교 직원(15.4%)이 발견해 신고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교사가 교실에서 아이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사라지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가정방문을 하는 횟수도 줄어들면서 학대 정황을 조기에 발견하는 일도 어려워졌다. 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대면접촉을 지양하면서 아이들 가정방문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전화 등 비대면접촉으로 학대 정황을 찾아내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원격수업으로라도 매일같이 학생들과 접촉하는 등 학교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코로나19로 과거와 같은 대면접촉은 제약이 불가피하지만 전화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적극 활용해 학대 우려 등을 면밀히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초중고교 직원들은 법적으로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인 만큼 평소 학대 여부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교육부 등 관련 부처에서 지침을 통해 교사가 아이들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심기문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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