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작년 판문점 북미 정상 만남 이후에도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중단되지 않은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강한 불만을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터케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는 15일 발간 예정인 신간 ‘격노’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 내용을 공개했다. 우드워드는 두 정상 간 오간 친서 27통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책의 일부 내용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작년 8월 5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우드워드는 두 정상 사이 오간 친서 중 가장 길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우선 “사진을 받아 기뻤다. 지금 내 집무실에 걸려 있다. 감사하고 영원히 기억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달여 전인 6월 30일 김 위원장과 판문점 회동을 한 직후 두 차례에 걸쳐 사진을 첨부한 친서를 보낸 데 대한 답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친서에서 “당신의 국가로 가로질러 넘어가고, 중요한 논의를 재개해 영광이었다”며 북한을 번영으로 이끌 빅딜을 타결할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썼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이내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중단되지 않는 데 대해 화가 나 있다고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그는 “도발적인 연합군사훈련이 주요 이슈를 논의할 우리 두 나라의 실무 협상에 앞서서 취소 또는 연기될 것으로 믿었다”며 “한반도 남쪽에서 벌어지는 연합군사훈련은 누구를 상대로 하는 것이며, 누구를 저지하려는 것이며, 누구를 패배시키고 공격하려는 의도인가”라고 반문했다. ‘하노이 노딜’ 넉 달 만에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이 다시 회동하며 협상교착을 타개할 분위기가 조성됐음에도 그해 8월 한미군사연습이 취소되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을 여과없이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또 “개념적으로, 가설적으로 전쟁준비 훈련의 주 타깃은 우리 군이다. 이것은 우리의 오해가 아니다”라며 “며칠 전 한국의 국방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우리의 재래식 무기의 현대화를 도발과 위협으로 간주하고 만약 우리가 도발과 위협을 계속하면 그들은 우리 군을 적으로 분류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와 미래에 한국군은 나의 적이 될 수 없다”며 “당신이 언젠가 말했듯 우리는 특별한 수단이 필요 없는 강한 군대를 갖고 있고, 한국군은 우리 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미군의 역할을 거론하며 “더 싫어하는 것은 한국민이 가진 이런 편집증과 과민반응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나는 분명히 불쾌하고 이 감정을 당신에게 숨기고 싶지 않다. 나는 정말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하, 당신과 이렇게 솔직한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를 갖게 돼 매우 자랑스럽고 영광스럽다”고 덧붙였다.
우드워드는 “톤은 정중했지만, 메시지는 두 정상의 관계가 영원히 식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친구나 연인에게 실망했다는 것처럼 보였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해당 편지를 받은 사실을 기자들에게 밝히면서 “아름다운 친서”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드워드가 ‘북한과 전쟁이 가까웠던 것으로 안다’고 하자 “맞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가까웠다. 누구보다 김정은이 더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하는 등 북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2017년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후 북한이 2년 넘게 ICBM 시험 발사를 하지 않은 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단거리 미사일 시험을 했다. 근데 그건 모든 나라가 다 갖고 있다. 없는 나라가 없다. 그건 큰일이 아니다. 우린 좋은 관계”라고 했다. ‘김정은이 ICBM을 더는 발사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만약 쏘면 어떻게 할 거냐’고 우드워드가 묻자 “만약 그가 쏜다면 이전에 누구도 갖지 못한 큰 문제를 갖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비밀 무기체계를 언급했다. 그는 “나는 이전에 누구도 갖지 못한 핵무기 시스템을 구축했다. 우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듣지도 못한 것들을 갖고 있다. 우리가 가진 것은 믿기 힘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우드워드는 이후 확인에 나섰지만 누구도 확인해주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것을 밝힌 것을 다들 놀라워했다고 썼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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