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김성현 칼럼] 기회가 사라진 젊은세대의 탈출구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희망없는 청년 빚내서 주식투자

정부, 뉴딜펀드 등 투기 조장만

불공정한 게임으로 요행만 불러

젊은이에 자립·희망적 대안 줘야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




주식 광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카오게임즈 공모에 58조원이나 되는 돈이 몰렸다. 상장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치며 투자자들에게 대박을 안겨줬다. 그동안 무서울 정도로 과열되었던 부동산시장이 정부의 각종 규제로 주춤한 사이 주식시장이 그 바통을 이어받은 셈이다. 올 초 코로나 사태로 인해 1,400대까지 떨어졌던 코스피 지수가 이제 2,400을 넘어섰다. 너나 할 거 없이 돈이 있건 없건 간에, 온통 누군 얼마 벌었네, 지금 들어가면 늦네 마네 하는 이야기가 무성하다.

특히 젊은이들의 주식 투자가 크게 늘었다. 6개 주요 증권사에서 올해 새로 개설된 주식 계좌를 분석한 결과 20·30세대 비중이 57%에 달했다고 한다. 또한 빚내서 투자하는 비중도 크게 늘었다. 신용대출 증가 폭이 8월에 이어 9월에도 역대 최대폭을 달성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생계형 대출도 있겠지만 많은 이들이 신용대출을 이용해 빚투를 하고 있다고 보인다. 우려할만한 것은 올해 신용 거래한 신규개설 계좌 중 20·30세대가 차지한 비중이 거의 반에 이른다는 점이다. 자금이 부족한 젊은이들이 빚내서 주식시장에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초저금리 시대에 월급 가지고 정당하게 벌어 저축해서는 절대 자기 집을 마련할 수 없다는 서글픈 현실의 반영이다.

물론 주식시장은 경제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식투자로 인해 경제에 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지고 기업들에 대한 높아진 관심으로 인해 기업들도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들은 주식으로 돈을 벌 때나 귀에 들리고 주식으로 전 재산을 탕진한 경우에는 저 먼 나라 얘기이다.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보이는 젊은이들은 장기적인 가치투자보다는 단타 매매 등 주가의 급격한 변동에 베팅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럴 경우 주식투자는 더욱 위험해진다. 이렇게 위험한 주식시장에 젊은세대가 왜 올인하게 되었을까. 꾸준히 노력하며 정도를 걷는 게 바보처럼 보이게 만들고 엄마 찬스, 아빠 찬스가 없이는 정당하게 성공하기 어려운 불공정한 사회가 빚어낸 위험천만한 결과물이 아닐까.



한가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부동산 시장 과열은 정권의 명운을 걸고 막던 정부가 지금의 주식 광풍에 대해선 전혀 말이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은 투기이고 주식은 투자라는 것인가. 한술 더 떠 이젠 정부가 직접 주식투기를 조장하기에 이르렀다. 뉴딜 펀드라는 이름으로 드디어 정부도 자본시장에 선수로 입장했다. 늘어난 유동성을 흡수한다는 목적으로 정부가 제시한 뉴딜 펀드는 아직 운용 방향이나 주체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을 볼 때 이곳저곳의 이권개입을 통해 누더기 형태의 투자 결정이나 이익분배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민간투자분은 우선 배당한다고 하지만 원금보장을 위해 후순위로 몰아넣은 부실 펀드나 자산은 은행이나 정부 출자기관 등이 떠맡을 것이고 이는 결국 내가 내는 세금으로 메꿔질 것이다.

경제학의 원칙 중 수익과 위험은 반비례한다는 원칙이 있다. 수익률이 높은 투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위험이 따른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을 국민의 세금으로 뒤엎는 펀드가 과연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정부가 민간의 날고 기는 펀드메니저들 보다 더 좋은 투자처를 발굴할 수 있을까. 정부는 운동장이 평평한지 어느 한쪽으로 유리하게 게임이 진행되는 게 아닌지를 판단해주는 심판이어야 하지 골을 넣겠다고 직접 공을 몰고 경기에 나서서는 안 된다. 불공정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막대한 세수를 무기로 여차하면 발권력까지 동원할 수 있는 정부와 누가 공정하게 대결할 수 있겠는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노력해서 내가 목표한 바를 얻을 수 없는 경우 사람들은 좌절하거나 비정상적인 방법이나 요행에 의지하게 된다. 조국 사태와 추미애 사태로 이어진 현 정부의 내로남불을 보며 실망하고 불공정한 세상에 분노하는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이들에게 스스로 일어설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자에게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하지 못한 정부가 젊은이들을 주식시장이란 탈출구로 내몰고 있다. 이 탈출구가 과연 밝은 빛으로 인도할지 어두운 나락으로 인도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치 주식가격이 내일 오를지 내릴지 모르는 것처럼.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