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70년 역사를 바꾸는 권력기관 개혁이 이제 법제화만 남았다”며 “한 걸음 내디딜 수 있게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법무부·행정안전부·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도 개혁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날 밝힌 개혁안이 현재 추진 방안을 재차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그의 아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물타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각 권력기관 개혁을 다시금 강조함으로써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권력기관 개혁을 위한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속도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입법과 행정적인 설립 준비가 이미 다 끝난 상태인데도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며 공수처장 추천 등 야당과의 협력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1년 7개월 만이다. 회의에는 추 장관을 비롯해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지원 국가안보원장 등이 참석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김창룡 경찰청장은 참석 대상이 아니었다.
개혁주체로 꼽히는 검찰·경찰·국정원 등 수장들도 개혁 의지를 확인했다. 추 장관은 이날 회의 이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관계기관 합동 브리핑을 통해 “검찰개혁 법령 제·개정으로 새로운 형사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나아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며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뜻을 재차 내비쳤다.
아울러 인권 옹호 기능의 확립 등을 위해 검찰 조직·업무 시스템 개편 등도 예고했다. 진 장관은 경찰 수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국가수사본부 신설을 강조했다. 국가수사본부장이 수사 전반을 총괄 지휘·감독하도록 하고 경찰청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폐지함으로써 수사권 독립·중립성을 확보하겠다는 게 요지다. 특히 진 장관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전에 대비해 경찰의 안보수사 역량을 제고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신안보’ 개념에 입각한 안보수사국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불송치 결정, 강제수사 등 내외부 통제 제도 도입 △전문수사관 확충 △수사관 자격관리 제도 도입 등 수사 신뢰도 향상 방안도 제시했다. 박 원장도 “정치개입 금지, 대공수사권 이관을 골자로 한 국정원법 개정안이 빠른 시일 내에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국가 안보와 국익 수호, 국민의 안전을 위해 매진하는 대북·해외 전문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문 대통령의 당부 아래 각 권력기관이 개혁을 다짐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동안 추진 과정만 있을 뿐 새로운 개혁 방안은 없었다. 정치·법조계 안팎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참여하면서까지 회의 개최를 고집한 데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히 개혁 의지를 재확인하는 차원의 회의를 현시점에서 열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주요 내용을 보면 지금까지 추진사항을 재확인하거나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당부하는 선에서 그쳤다”며 “최근 추 장관과 그의 아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라 말 그대로 이슈를 이슈로 덮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안현덕·허세민·손구민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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