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미술관·박물관·갤러리를 가지 않아도 직장에서 문화·예술품을 즐길 수 있는 ‘아트 오피스(Art office)’ 프로젝트에 주력하고 있어요.”
박소정(36·사진) ‘더 트리니티 갤러리’ 대표는 21일 서울 종로구 서촌 갤러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마치 문명이 후퇴한 듯한데 기업 사옥에 문화를 입혀 치유공간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홍익대에서 문화예술경영 석사를 한 그는 지난 2016년 창업해 동서양의 특색 있는 작가의 전시를 다수 진행해 눈길을 끌어왔다. 케이블 방송에서 미술교양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기업 등에서 강연도 활발하게 펼쳤다. 그는 직장인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무력감과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예술이라는 해독제를 처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례로 지난달 한국구족회화협회 소속 임경식·오순이 작가 등 8명의 구족화가전을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도산공원 더샵갤러리 로비에서 진행해 호평을 받았고 LG유플러스 용산사옥과 LG사이언스파크에서도 아트 오피스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는 한국메세나협회·한성자동차(벤츠)와 함께 작가와 학생들이 협업한 작품을 어린이를 위한 공간에 재능기부하는 프로젝트(드림그림·드림토피아)를 하고 있다.
큐레이터인 그는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이 요구되는 요즘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공헌 캠페인이라 볼 수 있다”며 “기업·정부·지방자치단체·병원·공공기관 등에서 마주치는 예술작품은 잠시나마 호기심과 감동으로 채워준다”고 설명한다. 작품의 행복한 에너지가 업무에서 좀 더 유연한 자세와 창의적 아이디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이 오래전부터 ‘아트 오피스’를 꾸며온 것에도 임직원의 사기를 고취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복선이 깔려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아트 오피스는 회사의 정체성과 문화를 상징적으로 표출해 긍정적 이미지를 준다”며 “우리 기업들도 직원 복지나 사회공헌 차원에서 이를 확대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코로나19 이전에 예술공간에서 국내외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했던 것을 회사에 구현하면 아트 오피스로 전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준성·이헌정·고명근·임창민·황선태·강예신 작가라든지 글로리아 무뇨스, 재클린챙, 디아즈알라마 등 유명하거나 주목을 끄는 작가의 전시회를 해왔다”며 “아트 오피스를 늘리면 문화·예술계도 살고 코로나19도 이겨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술관의 오프라인 전시에 대해서는 “리셉션을 생략하거나 인원을 제한해 전시할 수 있도록 운영비나 소독·방역비 등에 관한 정책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최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국의 도서관·박물관·미술관 등을 연결하는 디지털 집현전을 세우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환영할 만하나 실제 작품을 보며 느끼는 울림을 최대한 구현하는 게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말~올 초 한·스페인 수교 70주년 전시회도 했는데 증강현실(AR) 기법도 같이 선보였다”며 “한 공간에서 양국의 작품들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최초의 언택트 교류전”이라고 소개했다. 각국 대사관과 함께 문화외교에 나서겠다는 포부도 비쳤다. 그는 이어 “이제는 소규모 아트 클래스, 갤러리·아트콘텐츠 컨설팅에도 힘을 쏟고 있다”며 “15세기 흑사병이 동서양을 휩쓴 뒤 의학·과학·학문·예술이 발전한 것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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