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3일 최근 야권의 정치 상황에 대해 “지금 이 상태라면 정권 교체는 물론, 내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승리도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권에 절호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기회를 잡기 위한 구체적 개혁과제 10가지를 제시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영등포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연구단체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강연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야권의 혁신과제’를 주제로 연설했다. 그는 “현재 집권세력은 정말 강고하다”며 “어용 지식인과 어용 시민단체, 어용 언론, 강고한 팬덤까지 단단하게 뭉쳐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반면 우리 야권은 어떤가. (여권보다 더) 신뢰할 수 없고 비호감이 많아 대안으로 여겨지지 않는 게 문제”라면서 “야당인데 억울하게 기득권 이미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여론조사로도 나타난다”며 “여당에 엄청나게 실망하고도 야당을 대안으로 보지 않으니 지지율이 빠지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마라톤 모임에서 만난 2030 세대가 야권을 바라보는 이미지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 그는 “(이들은) 야당에 대해서는 아예 귀를 닫는다. 관심이 없는 게 문제”라며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내놔도 메신저에 대한 신뢰도가 없다. 2030세대가 야당에 대해서 기득권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탄핵이 겹치면서 ‘유능함’의 이미지까지 잃었다고 했다. 안 대표는 “탄핵으로 더 크게 잃은 건, 유능한 경제세력 이미지”라며 “신뢰할 수 없지만 일은 잘한다는 이미지가 예전엔 있었다면, 탄핵을 통해 이것도 송두리째 잃었다. 도덕성과 국정운영능력에서 부적격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개혁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제1야당에) 친이니 친박이니 당내 대립 문화에서 획일적인 이미지가 있다”며 “다양한 스펙트럼이 없고 개혁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국민이) 생각한다”고 했다. 또 “조직 전체가 똘똘 뭉쳐 집권하겠단 의지가 보이지 않는 문제도 있다”며 “종합하면 대안정당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실패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야당에도 기회가 남아있다며, 다방면 개혁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비관적인 이야기를 하러 나온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야권에 절호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정부·여당의) 독선과 위선, 무능, 국민분열이 계속 쌓이고 있다. 국민 분노가 끓어올라 폭발하는 지점이 다가오고 있다”며 “이런 비등점이 오더라도 야권이 준비가 안되면 기회를 잡을 수 없다. 변화에 노력하면 찬스가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이 함께 노력하는 시작점이 됐으면 한다”며 10가지의 구체적 개혁과제도 제시했다. △유능한 디지털 미래세력으로 진화 △제3의 길 개척 △인기영합주의와의 결별 △국민 소통·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 능력 강화 △진영대결 타파 △반공 이념에서 탈피 △국민통합 주도 △당내 소장개혁파 육성 △산업화와 민주화 모두 계승 △도덕적 우위에 서는 정당 등이다.
특히 안 대표는 당내 소장개혁파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사람 키우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미래정당, 민주정당이라면 다양한 스펙트럼을 인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또 도덕성도 강조했다. 그는 “도덕적 우위에 서야 한다”며 “야권이 도덕적 우위에 있어야 비판과 견제의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들의 바닥이 드러났을 때 공정을 말할 수 있는 신뢰를 갖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안 대표는 “제1야당은 한 진영의 자산, 보수의 자산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 안 된다”며 “대한민국 전체의 자산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미 정부·여당은 자기 진영의 자산으로 역할에만 관심이 있다”며 “야권도 (여권과 같이)그렇게 하면 1대1 싸움에서 백전백패”라고 말했다.
다만 강의를 마친 뒤 야권 연대론을 묻는 권성동 의원의 질문에는 “지금은 선거 준비하든지, 통합이나 연대를 고민할 수준은 안 된다”며 “지금으로선 어떠한 방법으로 하든 어려운 상황이다. (야권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아예 귀를 닫고 있는 사람들의 관심을 어떻게든 다시 한 번 돌리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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