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이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 화상연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책임론을 놓고 충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바이러스’라고 지칭하며 중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공헌’을 강조하며 강하게 반박했다.
AP통신·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유엔총회 연설자로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188개국에서 무수한 생명을 앗아간 보이지 않는 적인 중국 바이러스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바이러스 발생 초기에 중국은 국내 여행을 봉쇄하면서도 해외 항공편은 허용해 세계를 감염시켰다”며 “심지어 그들이 국내 비행을 취소하고 시민들을 집에 가두면서도 그들 나라에 대한 나의 여행금지(조치)를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엔은 그들의 행동과 관련해 중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는 밝은 미래를 추구하면서 세계에 이 전염병을 퍼뜨린 중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중국 책임론을 직설적으로 제기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정부와 중국이 사실상 통제하고 있는 WHO는 인간 대 인간 전염의 증거가 없다고 거짓 선언했다”며 “이후 그들은 무증상자들은 질병을 퍼뜨리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몰아붙였다.
트럼프 대통령 이후에 화상연설에 나선 시 주석은 미국에 대한 직접적 언급 없이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중국의 공헌을 부각시키며 각국이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유행은 100년에 한번 올까 말까 한 대격변이지만 평화발전이라는 시대적 화두가 변해서는 안 된다”면서 “코로나19는 인류 최후의 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손잡고 더 큰 국제적인 도전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중국은 국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신했다”면서 “국제 공공위생과 안전을 위해 중국의 역량을 다했다”고 중국 역할론을 재차 강조했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WHO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장쥔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시 주석의 화상연설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정치 바이러스’에 반대한다고 언급해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바이러스’ 발언에 대한 반박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엔 연설에서 처음으로 북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 대선을 앞두고 상황관리에 들어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세 번의 유엔 연설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북한 문제를 언급했지만 이번에는 ‘패스’한 것이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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