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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사회
[글로벌 WHAT] 이탈리아 '국회의원 줄이기' 실험

■5억유로 혈세 아낀 伊, 유럽 '의회 개혁' 불댕기나

양원 36%씩 줄여 효율 제고

OECD 평균 웃도는 英·佛도

이미 의회규모 축소 의지 밝혀

"소수 정당 입지 줄 것" 지적도

이탈리아가 최근 의원 수 감축 개헌안을 국민투표로 통과시켜 오는 2023년부터 상하원의원 수를 각각 36.5%씩 줄인다. 사진은 로마 하원의사당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가 최근 국회의원 수를 3분의1 이상 줄이는 의회 개혁에 성공하면서 유럽 국가들에도 의원 감축의 신호탄이 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유럽 주요국가의 의회가 대부분 상하원 양원제로 규모가 크고 복잡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프랑스·영국·독일 등 주변 국가에서도 의원 수 감축 등을 담은 의회 개혁안이 이미 발표된 만큼 이탈리아의 사례가 추진동력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탈리아는 지난 20~21일(현지시간) 의원 수 감축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해 찬성 69.6%, 반대 30.4%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다음 의회가 시작되는 오는 2023년부터 상원의원은 315명에서 200명으로, 하원의원은 630명에서 400명으로 각각 36.5%씩 줄어든다. 이 경우 이탈리아 국민 10만명당 국회의원 수는 현재 1.56명에서 1.0명으로 감소하게 된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 주요국의 국민 10만명당 국회의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97명을 웃돈다. 영국은 가장 많은 2.15명이며 프랑스와 스페인도 각각 1.48명, 1.32명에 이른다. 독일은 국민 10만명당 국회의원 수가 0.8명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하원의원 수를 장기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정당 3곳이 현재 709석인 하원 정원이 늘어나지 않도록 막고 장기적으로 의원 숫자를 줄이기로 합의한 뒤 법률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선출직 의원 규모가 너무 커 정치 과정의 효율성이 저해되고 민의가 입법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면서 정치개혁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국회의원 정원을 25% 감축하는 정치개혁 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지만 의회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법안에는 2022년부터 하원의원의 20%를 비례대표 방식으로 선출하고 3년마다 상원의원 정원의 절반이 교체되는 현행 방식 대신 한 번의 선거에서 전체 의원이 교체되는 방안이 포함됐다.



지난 1월 21일(현지시간) 영국 상원에서 유럽연합(EU) 탈퇴협정 수정 법안 표결을 앞두고 의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도 2017년 800명 안팎의 상원의원 수를 25% 감축하고 상한을 하원의원(650명)보다 적게 하자는 개혁안이 나왔지만 아직 진척이 없는 상태다. 영국 상원은 양원제를 도입한 전 세계 국가 중 유일하게 하원보다 규모가 크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입법기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달 보리스 존슨 총리가 36명의 종신 상원의원을 새롭게 지명하면서 상원 개혁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총리실은 상원 축소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며 이를 일축했다.

유럽 국가들은 의원 축소를 통해 의사 결정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세비 절감 효과 등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2차 세계대전 이후 베니토 무솔리니 같은 독재자의 출현을 막기 위해 의회 기능을 강화했지만 당초 의도와 달리 의회 비대화로 효율성이 떨어지고 정치 혼란, 세금 낭비, 부정부패 등만 야기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고비용 저효율’ 의회가 이탈리아병(病)의 근원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에 1983년 이후 일곱 차례나 의원 수 감축을 시도했지만 각 정당·지역 간 이해관계가 달라 번번이 좌절됐다. 이탈리아의 의원 감축을 주도한 현 연립정부의 한 축인 오성운동은 이번 개혁으로 의회 임기 5년을 기준으로 5억유로(약 6,889억원)의 혈세를 아끼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4~5개 거대정당 중심의 의회 구조에서 녹색당 같은 소수 정당의 입지가 더 좁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입법 절차의 비효율성을 야기하는 주범인 양원제는 전혀 손보지 못한 채 단순히 의원 수만 줄여 대의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선거구 조정 등 후속작업 과정에서 정당 및 개별의원 간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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