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피격과 관련해 첩보자료 공개를 꺼려했던 군이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해양경찰청에 자료 열람을 허용했다.
29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28일 오후 해경은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해 이씨 피격 사건과 관련된 군이 수집한 첩보자료를 열람했다.
군은 이씨가 피격된 이후 ‘무대응’, ‘뒷북정보공개’ 등의 비난을 받아 왔고 이런 점 등을 의식해 해경 수사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자료열람을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해경이 열람한 자료 가운데는 이씨의 월북정황을 다룬 정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SI(Special Intelligence·감청 등에 의한 특별취급 정보)라고 불리는 이 정보는 북한군 통신을 감청해서 얻은 정보들이다. 군내에서는 SI를 보안등급이 높은 기밀로 취급하고 있어 존재 자체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게 관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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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SI를 민간하게 다루는 이유는 감청방법 등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우리군의 감청 사실과 그 방법이 알려지면 북한은 통신암호를 바꾸거나 거짓정보를 흘려 혼선을 일으키는 등 대책마련에 나선다. 이럴 경우 우리 군은 습득했던 북한군의 암호해석 방법 등을 다시 분석해야하고 이를 만회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거짓정보로 감청정보에 대한 정확도가 낮아지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이번 이씨 피격 사건과 관련해서는 군이 지나치게 정보를 제한한 게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씨 사건의 핵심 중 하나가 ‘월북의사 표명’ 여부이다. 군은 “SI를 통해 이씨가 북한 측에 월북의사 표명한 것을 인지했다”며 자세한 내용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이 설명한 이씨 총격에 대한 내용에서는 ‘월북의사’ 등의 언급이 없어 군의 발표에 의혹만 증폭됐다.
군 소식통은 “이번 이씨 피격사건에 있어 군이 뒷북대응 등의 비난을 받는 것도 지나치게 정보공개를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본다”며 “감청정보는 수집과정 등이 드러나지 않는 범위에서 사안에 따라 일정부분 공개할 수 있는 기준 마련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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