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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회·정당·정책
'강남 용적률 1000%↑' 부동산 대책보는 與 의원들 속마음

이낙연 대표 취임 후 당내 '공급확대' 주장 확산될듯

이해찬 전 대표 시절, 투기수요 억제 등 강경파가 득세

관료, 기업인 출신 여당 의원들, '시장 친화적' 해법 선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모습 / 연합뉴스




“집값은 대출 규제와 세금 강화로 잡히는 게 아닙니다. 용적률을 500%가 아니라 1,000%까지 늘려서라도 강남 등 주요 지역에 공급을 확대해야 합니다”

정통 관료 출신의 한 민주당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해당 의원 뿐만이 아닙니다. 그동안 정부가 주도했던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대책에 의구심을 품는 민주당 의원들은 사실 당내에 적지 않습니다. 다만 이들은 당정청이 ‘원 보이스’를 내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공식적으로 ‘결이 다른’ 의견을 표출하는 것을 꺼려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투기세력과의 전쟁 등 선명성을 강조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언론 등을 통해 과도하게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분위기가 달라질 조짐이 보입니다. 첫 포문은 이낙연 대표가 열었습니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직속 국가경제자문회의를 신설하면서 의장 자리에 김진표 의원을 임명했습니다. 김 의원은 정부 여당의 핵심 ‘경제통’으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김대중 정부에서 국무조정실 실장에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 교육부총리와 경제부총리를 각각 역임하는 등 현 집권여당의 주요 정책 비전을 설계했습니다. 특히 현 정부에서도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김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의 정책 방향이 대폭 달라질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부동산 대책이 대표적입니다. 김 의원은 “부동산시장 안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시장에 공급 물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의원은 부동산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신념이 확고합니다. 한창 부동산 대책 방향성을 놓고 격론이 오가던 올해 여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파격적인 ‘공급 확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임대 주택 역시 지금처럼 ‘찔끔찔끔’ 산별적으로 짓기보다는 해외 사례를 참조해 서울 주요 지역에 남부럽지 않은 고급 대단지로 만들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


사실 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인물은 김 의원 뿐만이 아닙니다. 특히 21대 국회 들어 180석을 차지한 거대여당이 되면서 각계각층의 인물들이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부동산은 경제전문가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국민이라면 누구나 평생 맞닥뜨리고 살아야 하는 민생 이슈이기에 오히려 부동산 비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든 게 한국의 현주소입니다. 의원들 역시 적어도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대부분 자기만의 확실한 소신이 있다는 뜻입니다. 외견상으로는 586 등 운동권 출신들이 민주당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민주당 내에는 전직 관료, 기업인, 금융권 등 산업계 출신, 전문직 등의 비율도 적지 않습니다. 실물경제에 몸담았던 이들은 부동산 문제 역시 시장 친화적 해법이어야 한다는 데 상당 부분 동의하고 있습니다.

공공재건축 5만 가구 공급을 핵심으로 하는 지난 8·4 대책 때도 서울시 등 민간 재건축 활성화의 입장에 동의한 의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민간 재건축 활성화와 공공 재건축 추진 두 방안을 놓고 막판까지 의견이 갈리자 이해찬 대표가 직접 용단을 내려 공공재건축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정무위원회에 소속된 한 의원은 당시 정책 결정 과정을 회상하며 “기왕 대통령 지시로 공급 활성화를 하기로 했다면 민간재건축을 활성화하는 게 맞다고 봤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민주당은 △투기세력과의 전쟁에 주안점을 둔 ‘규제파’와 △시장친화적 해법을 모색하는 ‘공급확대파’의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는 의원들로 양분됐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해찬 당 대표 때까지는 규제파의 입김이 더 셌던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이 같은 기조가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다시 집값 상승세가 재현되거나 내년부터 본격화 될 서울권 아파트 공급부족 대란 등이 현실화됐을 때 당 대표이자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낙연 의원이 어떤 해법에 손을 들어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궁금증은 하나 남아있습니다. 어쩌면 아직까지 ‘집을 사야할지’ ‘기다려야 할지’ 고민하는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30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에 안타까움을 표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처럼 민주당 의원들도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을까요? 실제로 ‘8말9초’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낙관하는 목소리도 나왔고, 올해 말이면 진정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언’한 분도 계시긴 했습니다. 우선 여전히 신고가 행진을 보이는 아파트 단지가 서울시 내에서도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8말9초 하락설’은 실패한 예언(?)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인 듯합니다.

물론 개별 의원들의 속마음이야 알 길은 없습니다. 민주당 내에서 부동산 등 주요 정책 입안에 주도했던 핵심 관계자의 말을 대신 전하겠습니다. “어느 전문가가 ‘이렇게 유동성이 많이 풀려 있는데 집값 안 오르는 게 이상하다’고 말하더라구요. 지금 와서 보면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지켜봐야겠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습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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