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내년 4월부터 주식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지는 것과 관련해 수정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당내에서 다양한 대안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본시장 활성화는 우리 정부의 정책 기조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넘치는 유동자금이 부동산이 아닌 기업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빠질 수 있었던 국내 주식시장을 지킨 것은 ‘동학개미’들이다. 정부 여당이 동학개미에 힘 보탤 길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양 최고위원은 “동학개미들이 사들인 주식이 9조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대주주 요건 완화가 주식시장에 미칠 충격은 크다”면서 “이 충격을 정확히 예측해 개인투자자의 의욕을 북돋을 혜택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망 기업에 대한 엔젤 투자가 단타가 아닌 장기 투자가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 평균 주식보유 기간은 코스피 4.9개월, 코스닥 1.1개월에 불과하는 등 장기 주식 투자의 메리트는 없고 단타 투기가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을 달랠 대안으로 장기 주식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그는 “장기 투자 주식의 양도 이익에 대한 세금 감면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동안 당내에서는 △대주주 자격이 되는 투자액 기준인 10억원을 오는 2023년까지 유예하는 방안 △대주주 자격 기준을 3억~10억원 사이로 재조정하는 방안 △대주주 자격 기준을 3억원으로 낮추되 직계존비속 등 가족 합산 규정을 수정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논의해왔다. 공개석상에서는 2023년까지 현행 기준을 유예하자는 목소리가 컸지만 당정 협의가 본격화되면서 대주주 자격이 되는 투자액 기준을 3억원과 10억원 사이에서 재설정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힘을 얻는 모습이다.
실제로 양 최고위원 역시 “주식을 살 때마다 가족 간에 어떤 주식을 얼마나 보유했는지 묻는 것은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3억원이라는 기준의 출처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소속의 한 의원도 “가족 합산 규정이 도입된 취지가 있다. 가령 아버지와 아들이 주식을 나눠 가졌으면 대주주 1인으로 보는 게 맞지 이것마저 분리하면 ‘눈 가리고 아웅’과 다를 게 뭔가”라면서도 “다만 직계존비속이 포함된 것은 내년이 처음인 만큼 기준점을 3억원보다 높여 현행 10억원에서 2년에 걸쳐 5억~6억원 수준으로 낮추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을 10억원에서 매년 1억~2억원씩 낮춰 2023년에는 5억~6억원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그는 이어 “2017년 세법이 개정된 후 부동산시장은 가격이 급등했지만 주식시장은 정체 상태였다”며 “주식시장에만 3억원이라는 지나치게 낮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다양한 대안이 거론되는 가운데 당내 정책위원회 등에서는 최소한 직계존비속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대주주 판단 기준일인 12월30일에 특정 종목을 3억원 이상 보유한 주주는 세법상 대주주로 분류돼 내년 4월부터 양도차익의 22~33%(지방세 포함)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문제는 주식 보유액을 평가할 때 주주 당사자뿐 아니라 사실혼 관계를 포함한 배우자와 부모·조부모·외조부모·자녀·친손자·외손자 등 직계존비속, 경영지배 관계법인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주식을 모두 합산해 계산한다는 점이다. 이는 2017년 정부의 세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직계존비속을 다 합산해 3억원이 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어려운 일이라 기획재정부에서 당의 입장을 받아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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