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탈모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은 여성호르몬 수치가 낮아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반에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혈중 수치가 급증하는 임신 기간에는 이전보다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는다. 보통 하루 5~10개가 빠지는 데 그친다. 일반적으로 하루 100개 정도 빠지는 게 정상인 걸 감안하면 임신 중에는 머리카락이 거의 빠지지 않는 셈이다.
하지만 에스트로겐이 급감하는 출산 후에는 안 빠지던 머리카락이 한꺼번에 빠지게 된다. ‘산후 휴지기 탈모’라고 하는데 심한 경우 방사선 치료를 받는 암환자 만큼 머리카락이 빠지기도 한다.
개인차가 있지만 산모의 1/3 정도가 출산 후 탈모 증상을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보통 출산 후 3개월부터 탈모가 시작돼 6개월까지 전체 모발의 30~40%가 빠진 뒤 새로운 나기 시작해 9개월까지 자라 1년이 지나면 대부분 정상 상태를 회복한다.
출산 후 1년이 지나도 정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여성형 탈모를 의심할 수 있다. 여성의 탈모 스트레스는 남성보다 강해 간혹 우울증·강박증·심한 좌절감에 빠지기도 한다. 따라서 자연치유되지 않을 경우 전문의 상담을 하는 게 좋다.
탈모를 예방하고 건강한 모발을 유지하려면 머리를 감고 말리는 과정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머리를 감기 전 끝이 뭉툭한 빗으로 가볍게 빗어주는 게 좋다. 롤 빗이나 빗살이 촘촘한 빗으로 머리를 과도하게 빗으면 오히려 머리가 더 많이 빠질 수 있다.
만약 눈에 띄게 탈모가 진행되고 있다면 두피에 부담이 없고 두피 불순물을 깨끗이 세정하는 효과가 있는 탈모방지 샴푸를 사용하는 게 좋다. 머리를 감을 때는 손톱을 세우기보다 손끝에 힘을 주고 마사지 하듯이 두피의 더러움을 제거한다. 다 감고 나서는 머리카락을 과도하게 문지르지 말고 수건으로 모발을 눌러가며 물기를 없애준다. 두피와 가까운 거리에서 드라이어로 머리카락을 말리면 모공이 열려 탈모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20㎝ 이상 띄워 사용한다.
출산 후 육아에 바쁘다고 머리 감는 일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두피에 쌓인 각종 노폐물이나 비듬, 과다 지방, 박테리아 등은 탈모를 부추길 수 있는 위험인자들이므로 적어도 하루나 이틀에 한 번은 머리를 꼭 감고 잘 말려야 한다.
임신성 탈모는 호르몬의 영향이 크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탈모도 무시할 수 없다. 탈모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탈모가 심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주어진 여건 속에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스트레스 해소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출산 후 임신 전 체중으로 돌아가려고 무리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탈모엔 독이 될 수 있다. 모발 건강에 도움을 주는 단백질과 비타민·미네랄이 풍부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게 좋다. /이중선 대전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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