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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죄일까 아닐까…정부 '임신 14주까지 허용' 추진에 여성계 반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낙태죄’ 완전 폐지 촉구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현행대로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는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7일 입법 예고한다. 이에 여성계는 “여성의 결정이나 목소리를 무시하는 퇴행적 행태”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오전 낙태죄와 관련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 이는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처벌하도록 한 형법상 ‘낙태죄’가 임신부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며 올해 말까지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태아가 모체를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에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 입법 예고안의 핵심 골자는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는 임신부의 임신 중단을 처벌하지 않는 것이다. 임신 14주는 헌재 결정 당시 단순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 기간이다. 또 입법 예고안은 추가로 임신 중기인 24주까지는 성범죄 등 특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낙태가 가능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해온 여성 단체들은 잇따라 반대 목소리는 내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낙태죄를 형법에 존치하는 것을 반대하고 낙태의 죄를 규정한 형법 27장 전체를 삭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준이 정확하지도 않은 (14주 등의) 주수로 제한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는 법안”이라면서 “곤궁한 위치의 여성들이나 정보가 취약한 여성들에게는 임신 중지의 시기를 지연해 오히려 건강권을 해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생명을 보호하고 건강을 위해서는 성과 재생산에 관한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전환되어야 하고, 피임과 성교육에서 사회 전반적인 성 평등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단체연합은 정부의 입법 예고안이 이대로 확정될 경우 단체 행동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인스타그램에 ‘#낙태죄를폐지하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들. /인스타그램 캡처




전국여성노동조합도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면서 여성계의 움직임에 계속 연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모윤숙 전국여성노조 사무처장은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7장은 폐지되어야 한다”면서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권리”라고 말했다. 모 처장은 “여성의 권리와 인권 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법을 폐지해야 함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기득권이나 남성 카르텔에 의해서 여성의 인권은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역시 지난 6일 현행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형법·모자보건법을 개정하겠다는 정부의 입법예고 방침에 대해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조혜민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낙태죄는 폐지하지 않고 처벌 기준만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라며 “낙태죄를 삭제하고 안전한 임신 중지 보장 등을 위한 국가의 역할과 책무가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여성들이 삶과 건강을 안전하게 결정할 권리를 인정하고, 보장받을 방안을 제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게시물에 ‘#낙태죄폐지가답이다’ ‘#처벌대신권리를’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온라인 행동이 펼쳐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스스로 자신의 몸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는 지식과 환경이 모든 여성들에게 갖춰져 있나?”고 반문하며 “청와대는 임신을 주수별로 선별해서 엄벌하는 퇴행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원치 않는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제대로 책임져 줄 것도 아니면서 왜 (낙태를 한) 여자만 범죄자로 만드느냐”며 “임신은 여자 혼자 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여성계 인사 100인은 광화문 광장에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했다. 당시 선언문에는 이나영 중앙대 교수, 김은진 기지촌여성인권연대 공동대표, 강경희 전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이경숙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등 여성계 인사 100명이 참여했다. 지난 8월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도 임신 주 수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지 말고 아예 낙태죄를 폐지해 여성의 임신·출산에 관한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박동휘기자 slypd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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