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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기회가 올 때까지 인내하라

<133> 패자부활의 조건

실패 원인, 자신 내부에서 찾아야

같은 실수 반복 안할 가능성 높아

자신감 잃으면 도움 받기 어려워

성찰 통해 '당당한 겸손함' 지녀야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스페인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선원이 야심 찬 프로젝트를 갖고 여왕을 찾아온다. “지구는 둥그니 배를 타고 서쪽으로 가면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다. 그곳에는 금은보화가 가득하다. 내가 그것을 증명해 보이겠다.” 이 사나이는 이런 이야기를 벌써 19년째 하고 돌아다녔지만 다들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어림도 없다.” 업계에서 이미 신망을 잃은 프로젝트에 여러분은 돈을 투자하겠는가. 그 선원은 우여곡절 끝에 아메리카를 발견하고 엄청난 부를 거머쥐게 된다. 여왕도 재미를 톡톡히 본다. 우리가 잘 아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이야기다.

창업을 하면 누구나 성공할까. 대략 10명 중 1명이 성공하고 나머지 9명은 실패의 쓴맛을 본다. 그중에는 신용불량자가 돼 비참한 인생을 살아가기도 한다. 그러면 2차 창업을 하면 몇 명이 성공할까. 대략 10명 중 9명이 성공한단다. 이 통계에는 함정이 하나 있다. 1차 창업에서 실패한 사람 10명 중 8명은 다시는 창업을 하지 않는다. 인생의 쓴맛은 한 번 보면 됐지 두 번 다시 그런 끔찍한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물론 2차 창업을 결심할 때는 첫 번째 실패와 실수를 거울삼아 더 많은 준비와 노력을 기울인다. 요즘 대기업을 마다하고 창업하거나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젊은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도 고무적이다.



여러분은 2차 창업자 중 어떤 사람에게 지원하고 투자하겠는가. 첫째, 자신의 실패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강사 중에 강의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결같은 공통점 하나가 있다. 어렵고 심오한 개념을 아주 쉽게 설명하는 능력이다. 그 메커니즘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왜 실패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그래도 미래가 있는 편이다. 그저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파트너를 잘못 만났다” 등 변명만 늘어놓는 사람에게는 투자하지 말라. 문제의 원인을 자신 내부에서 찾는 사람은 믿음이 간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둘째, 기왕이면 크게 실패하라. 2차 창업한 사람이 다시 투자를 받으려고 하면 반드시 나오는 질문이 있다. “이전 창업 때 받은 액수가 얼마였나.” 이것을 왜 물어보겠는가. 투자 액수가 바로 그 사람의 장점을 가장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크게 실패한 사람은 많은 사람의 신용을 살 만한 어떤 이유가 있었지 않겠는가. 이전 투자자들이 내린 판단의 지혜를 빌려오려고 하는 시도다. “작은 실패를 얼마나 자주 했는가. 자신이 한 실패 중에서 가장 큰 실패는 무엇인가.” 자신의 성공담만을 계속 늘어놓는 사람은 자신감이 없거나 아니면 대단히 위선적일 확률이 높다.



셋째, 의지가 꺾이지 않아야 한다. 풀이 죽어 있고 자신감을 상실한 사람은 남이 도와주기 정말 힘들다. 적어도 자신을 스스로 추스르고 툭툭 털고 일어날 마음을 다시 갖기 전까지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면 된다. 그런데 자신감이 꺾인 사람은 곤란하다. 한 번 실패를 크게 경험하고 나면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겸손해진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당당한 겸손함이다. “나는 다시 할 수 있다”는 회복탄력성은 DNA에서도 발견된다. 그러나 우리는 삶의 경험에 대한 성찰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당당하게 겸손하라.

우리 동네에 일식집이 하나 있었다. 어느 날 지나가다 보니까 삼겹살집으로 바뀌었다. “아, 또 하나 망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주인 이하 전 종업원이 일식 복장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주인에게 물어봤더니 일식 장사가 안돼서 삼겹살로 바꿨는데 종업원이 아무도 안 나가겠다고 해서 그냥 당분간 이런 복장으로 삼겹살을 서빙하기로 했단다. 한 석 달 동안 정말 손님 한 명 없었다. 어느 날 고객이 불어나더니 순식간에 인기 삼겹살집이 됐다. 바로 근처에 다른 유명 삼겹살집이 3개나 더 있는데도.

“적의 눈동자의 흰자위가 보일 때까지 총을 쏘지 마라.” 결정적 찬스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라는 독일의 전쟁철학자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가 한 말이다. 패자부활전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러나 거기서도 또 승패는 갈린다. 패자부활전의 최종 승리를 위해 기회가 올 때까지 인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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