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보수단체가 주도한 광화문집회로 인해 수도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중앙정부는 물론 서울시도 비상이 걸렸다. 같은 달 16일부터 서울·경기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고 30일부터는 수도권에서 강화된 2단계 조치가 실시됐다.
자칫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전담병원을 즉각 확대하고 경증 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를 확충하며 수습에 나섰다. 이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뒤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마스크 착용 매뉴얼을 배포했다.
중앙정부에 앞서 10인 이상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실내를 피해 시민들이 밀집했던 한강시민공원에 대해서도 출입을 제한했다. 이러한 조치들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한때 150명을 넘어섰던 서울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이날 20명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 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이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하향되면서 서울시 안팎에서는 정통 행정관료 출신인 서 권한대행의 조용하면서도 단호한 리더십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7일부로 서 권한대행 체제가 100일을 맞이했다. 서 권행대행은 사상 초유의 시장 장기 궐위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와 역대 최장 장마, 보수단체의 도심집회, 독감백신 접종 등 주요 현안을 안정적으로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관급 공무원인 서울시 부시장은 선출직 공무원인 서울시장에 비해 입지가 좁은 것이 사실이나 서 권행대행은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은 채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다”며 “서울시 내부에서도 시장 부재에 따른 행정공백을 우려했지만 서 권한대행이 3개월 넘게 이끌어온 시정에 대해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서 권한대행은 1991년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해 서울시 행정과장과 정책기획관, 시민소통기획관, 문화본부장을 거쳐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30년 가까이 서울시에서 공직생활을 하며 몸에 배인 수평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행정을 강조한다. 그는 매일 오전 부시장단 및 실·국장급 간부들과 시정 현안을 챙기면서도 권한은 본부장들에게 과감히 이양해 현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서 권한대행은 내년 4월 7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도 연일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기강을 바로 세워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6개월 더 서울시정을 이끌어야 가야 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심장이자 수도 서울의 시정에 차질이 한치라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최근 열린 간부회의에서도 서 권한대행은 “서울시민의 삶이 존재하는 한 서울시정은 어떤 순간에도 계속돼야 한다”며 “선거를 앞두고 공무원들이 줄 세우기에 나서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공직자들은 본인의 자존심과 명예를 걸고 흔들림 없이 업무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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