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休]서울서 한시간 반...붉은 향연이 펼쳐진다

■가평 석룡산 단풍

새들이 노닐었다는 조무락골 계곡 지나

7부 능선부터 고운 단풍 빛깔이 살포시

정상 오르자 선명한 붉은색으로 물들어

석룡산으로 올라가는 계곡인 조무락골은 6㎞ 구간에 작은 폭포와 담(潭)·소(沼)가 이어져 산으로 향하는 여정이 지루하지 않다.




설악산으로 단풍취재를 계획했었다. 코스는 한계령으로 올라가 대청을 찍고 오색으로 내려올 작정이었다. 그런데 기자보다 하루 먼저 떠난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1,400고지 이상은 이미 단풍이 끝났고, 그 아래에만 남아있으니 감안하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들으니 부풀었던 기대가 잦아들었다.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계곡 수량이 많아 단풍이 곱다는 가평군 석룡산에 가보기로 했다. 지난해에 석룡산 근처 연인산을 다녀온 터라 그곳의 단풍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몫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한 시간 반쯤 차를 달려 가평군으로 진입했다. 석룡산은 가평군 읍내에서 북쪽에 있는 북면 조무락(鳥舞樂)골에서 시작한다. 지번으로는 가평군 북면 조무락골길인데 삼팔교에서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1㎞ 정도 들어가면 비포장도로가 끝나고 산길이 시작된다.

조무락골은 석룡산(1,140m)에서 발원하는 가평천의 최상류에 있는 계곡이다. 지난 1928년부터 1937년까지 백백교 교주 전용해와 그의 제자 문봉조 등이 전국 곳곳에서 80여회에 걸쳐 신도들을 살육한 후 숨어들어 몸을 피했던 오지였다.

조무락골은 6㎞ 구간에 작은 폭포와 담(潭)·소(沼)가 이어져 산으로 향하는 여정이 지루하지 않지만 계곡이 끝나는 구간부터는 경사가 가팔라지면서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게다가 등산로가 돌길이라 발바닥과 무릎에 전해오는 충격은 각오해야 한다.

석룡산 정상 부근의 단풍은 완전히 붉게 물들었다.


조무락골이라는 이름은 ‘산세가 빼어나 새가 춤추며 즐겼다’는 설과 ‘산새들이 재잘거리는 소리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는데 산길에 새는커녕 다람쥐 한 마리 보이지 않고 적막하기만 했다. 계곡을 따라 골뱅이소·중방소·가래나무소·칡소 등이 이어진다는데 표지판이 없어 그것들이 어느 소(沼)의 이름인지 알 길이 없다.

게다가 정작 목적이었던 단풍은 이제야 슬슬 물들 채비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멀찍이 바라보이는 정상부근에 갈색 빛깔이 은근히 비치고 있어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산을 올랐다.



장소가 외진 탓인지 아니면 평일인 탓인지 중턱까지 오르도록 사람 구경은 할 수 없었다. 이정표도 눈에 띄지 않아서 길이 얼마나 남았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던 차, 등산로 중간 지점에 있는 복호등(伏虎洞)폭포 앞에 입간판이 서 있었다. 가까이 접근해 물줄기를 구경한 뒤 다시 정상으로 향하는 너덜(자연석)길 같은 산판로는 복호동폭포~수밀고개~석룡산 정상으로 이어졌다. 복호동폭포 근처에는 쌍룡폭포가 있다는데 등산로에서는 눈에 띄지 않았다.

쌍룡폭포를 지난 삼거리에서 오른쪽(남동) 등산로는 화악산 중봉으로 이어지는데 이정표 옆에 입산통제라는 글씨가 길을 가로막고 서 있다. 아마도 멀지 않은 곳에 군부대가 있는 것 같았다. 길이 갈라지는 이곳이 수밀고개(樹密峴)인 듯한데 추측이 맞다면 옛날 적목리 용수목 주민들이 사창리로 넘어가던 고개였을 것이다. 글자로 봐 나무들이 조밀한 고개였겠지만 일제의 벌목 후 자라난 나무들이 숲을 이룬 탓에 굵은 나무는 보이지 않았다. 수밀고개 부근부터 오른쪽으로 화악산 정상의 통신부대가 보이는데 석룡산의 주능선인 화악지맥은 화천군 삼일리와 가평군의 최북단 마을 적목리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단풍은 이곳에서야 자태를 드러냈다. 아직은 초록 잎이 붉은색으로 물드는 와중에 노란 물이 들었을 뿐이었지만 석룡산 정상까지 능선을 밟고 산을 오르다 보니 단풍도 점차 선명한 붉은 모습을 뽐내기 시작했다. 다소 급해지는 경사에도 너덜이 사라지고 흙길이 나타나 오르는 걸음도 얼마간 편해진다.

석룡산 7부 능선에 이르자 비로소 온갖 나무들이 저마다 울긋불긋 고은 빛깔을 발산했다.


이윽고 나타난 정상에는 석룡산이라고 새겨 넣은 비석 하단에 1,147m라는 산의 높이가 새겨 있다. 잠시 앉아 숨을 돌리다 보니 찬바람에 한기가 느껴졌다. 하산길을 재촉하다 보니 오후4시도 안 됐는데 서산에 걸친 해의 사광(斜光)에 눈이 부셨다.

산의 내력을 알 길이 없어 내려오는 길에서 만난 펜션 주인에게 산에 대한 정보를 이것저것 물었다. 그에게 “평소에도 이렇게 인적이 드문 곳이냐”고 물었더니 “여름 휴가철에는 관광버스가 하루에 100대씩 들어올 때도 있었는데 올해는 코로나 탓에 등산객 숫자가 예년의 20%도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게다가 올해 긴 장마 탓에 등산로가 무너져 내린 구간도 적지 않단다. “지자체에서 데크길을 정비하고 있으니 내년에는 길이 한결 편해질 것”이라고도 귀띔했다. /글·사진(가평)=우현석객원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