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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박은빈 "평범한게 더 특별할 수도 있잖아요"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어찌 보면 힘들었던 시간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즐기면서 연기를 할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작품 속에서 치열하게 쌓아올린 감정선들을 많은 분들이 잘 포착해주시고, 정적임 속에 오고 간 청춘의 고민을 지루하지 않게 봐주셔서 다행입니다.”

올 한해 SBS ‘스토브리그’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두 작품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 박은빈.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만난 그는 “당찬 이세영 팀장과 서정적인 채송아를 연기하며 재미있었다. 배우로서 여러 삶을 살아보는 것 자체가 큰 축복이라고 느껴서 두 사람의 삶 모두 잘 보내주고 2020년을 바쁘게 살았던 것 같다”며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그가 출연했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스물아홉인 클래식 음악 학도들이 재능과 현실의 경계에서 방황하다 각자의 꿈·사랑·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박은빈은 바이올린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음대에 재입학한 늦깎이 음대생 4학년 ‘채송아’로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채송아와의 만남은 필연이었을지 모른다. 특히 ‘바이올린’과의 연은 우연인 듯 인연인 듯 희미하게 연결돼있었다. 그는 초등학교 특별활동, 중학교 때 작품을 통해서도 바이올린과 마주했다. 대학생 땐 어머니가 ‘자유롭게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라’며 바이올린을 선물해주신 덕분에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특별활동 시간에 ‘바이올린이 나랑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서 배우게 됐지만 늘 촬영하느라 배움을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됐어요. 중학생 때 ‘강남 엄마 따라잡기’라는 작품에서 바이올린을 하는 장면이 있어 잠깐 레슨을 받기도 했어요. 참 갈망할 수밖에 없게끔 얕은 인연들이 있었고, 어머니가 주신 바이올린 선물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죠.”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박은빈은 거의 처음부터 다시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서툴지만 최선을 다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채송아가 되기 위해 시간을 쪼개서 집중 레슨을 받았다. 정말 시간이 나지 않을 때에는 집에서 최대한 연습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다.

“바이올린에 대한 향수만 있었지 실력은 애초에 잘했던 적이 없어서 다시 배웠어요. 연습 할 때 선생님께서 ‘이 정도는 괜찮은 거 같다’고 하셔도 제 눈에 보이는 아쉬운 지점들이 있었죠. 어떻게 해야 더 전공생 수준으로 보일 수 있을지, 더 완벽을 기할 수 있을지를 세밀하게 파고들다보니 실력이 빠르게 성장한 반면 스스로를 힘들게 한 것 같기도 해요. 바이올린을 잘하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기에 감정이입이 따로 필요가 없었던 것 같아요. 여러모로, 또 단기간 어려운 곡을 연주하며 빠르게 실력을 향상시킨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어요.”



늘지 않는 바이올린 실력만큼이나 채송아의 애를 태운 건 박준영(김민재 분)과의 관계였다. 극에서 두 사람 사이는 좁힐 듯 좁혀지지 않고, 닿을 듯 닿지 않기도 했다. 일부 팬들은 답답함을 토로하기까지 했다. 두 사람은 요즘 사회가 원하는 ‘사이다’(답답한 상황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사람이나 상황)같은 캐릭터가 아니었기에 더욱 특별했다.

“준영이와 송아는 기본적으로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심과 사려가 깊어요. 남을 상처주지 않으려 자신이 상처를 머금는 인물들이다 보니 사이다와는 거리가 멀었죠. 모두가 다 사이다로 사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가 어쩌면 사이다를 바라는 것도 실제로 그러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카타르시스를 얻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나 조차도 사이다이고 싶을 때가 있지만, 속으로만 삼키고 희생하며 사는 부분들이 있다 보니 어쩌면 그런 게 더 현실적인 것 같아요. 요즘 캐릭터들을 연장선상에 두고 봤을 때 평범한 게 더 특별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준영이를 연기한 김민재는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성숙해요. 말도 잘 통했고, 서로 호흡을 맞추기가 편했다고 할까요? 서로의 캐릭터에 몰입한 상태로 연기하다 보니 굳이 뭔가를 하려 하지 않아도 퍼즐 맞추듯이 서로 호흡이 잘 맞았던 파트너였어요.”

인생에서 송아처럼 내 길이 아닌 것 같지만 끊임없이 사랑하게 될 때가 있다. 송아는 음악에 대한 짝사랑을 계속해왔다. 생채기가 생겨도 남들의 차가운 말과 시선과 모욕을 견뎌가며 행복해지는 길을 찾았다. 데뷔 23년 차에 접어든 배우 박은빈도 흔들림을 거쳐 자신이 행복해지는 길을 찾았다. 그의 다음 목표는 ‘다카포, 처음으로 되돌아가서’의 마음을 갖는 것.

“타고난 성품이 내성적이고, 어찌 보면 송아처럼 품는 쪽에 가까웠기에 ‘끼와 재능이 더 넘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연기하기 적합한 성격인가?’를 고민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내 적성에 맞는 일’에 대해 자문자답 할 시간이 필요했었고, 내면의 힘으로 그 시간을 다행히 넘었어요. 어느 정도 배우라는 직업, 나에 대한 믿음이 생겼고 지금은 흔들림이 없습니다.”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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