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로 도주 중이던 시기에 여권 인사와의 룸살롱 술자리 사진을 언론에 제보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김 전 회장의 ‘여권 로비’ 의혹을 세상에 공개한 것이 다름 아닌 김 전 회장이었다는 취지다.
김모 전 수원여객 재무이사는 2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진행된 이상호(55·구속)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올해 3월 말쯤에 김봉현씨가 언론 보도로 (라임 관련) 여러 가지 사건들이 보도가 되다 보니까 ‘초점을 돌려야 한다’고 연락이 왔다”며 “(김 전 회장과 이 전 지역위원장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언론에 뿌려서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려봐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김씨는 “언론사 경험이 있는 지인을 통해 (언론 제보)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은 김 전 회장이 도주 중이던 시기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자신은 술자리 사진을 제보하라고 했을 뿐 ‘김 전 회장이 이 전 위원장에게 20억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주었다’는 의혹을 제보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김 전 회장이 친노 인사에게 20억원을 제공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법정 증언에 따르면 김씨가 김 전 회장과 이 전 지역위원장의 사진을 찍은 시기는 2018년 4월이다. 김씨는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상호씨나 이런 사람들을 언론에서만 보다가 현장에서 만나 식사를 하니 신기해서 찍었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검찰이 이상호한테 불리한 진술하라고 회유·협박하거나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기억이 명확하지 않은데도 진술을 유도한 적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전혀 그런 적이 없다”고 답했다.
김씨의 증언으로 ‘검찰이 여권을 겨냥해 짜맞추기식 수사를 했다’는 김 전 회장 주장의 신빙성도 흔들리게 됐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6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입장문을 발표해 ‘검찰에게 여러 번 여권 정치인들과 라임은 관계가 없다고 했는데도 무리하게 수사를 하고 진술을 이끌어냈다’는 취지로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수원여객 회삿돈 24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김 전 회장은 23일 정신적·심리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자신의 횡령 사건 재판에 불출석했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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