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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네단계 검증 '인내의 산물'...4가 독감백신 개발 40년 걸려

■백신 A to Z

원료로 쓰일 후보물질 발굴해 전임상 이어 임상 1상·2상·3상

통상 10~50년 가량 시간 소요...계란·동물세포 배양 통해 제조

위해성 적은 바이러스벡터 백신, 개발속도 높인 유전자 백신 등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비롯해 메르스·지카·사스 등 새로 등장한 감염병을 예방하는 백신 개발이 아직 완성되지 못한 것은 인류가 반격할 무기를 찾기에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통상 백신을 개발하는 데는 10~50년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올해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이어지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4가 독감백신은 1회 접종으로 4종류의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얻을 수 있다. 지난 1978년 3가 독감백신이 개발된 후 한 단계 진화한 4가 독감백신이 개발되기까지는 무려 40년이 걸렸다. 메르스 등 새로 등장한 바이러스들이 인류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전후다. 상대적으로 인류가 방어책을 세우기에 시간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백신에 희망을 걸고 있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할 유일한 무기는 백신이기 때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직원이 스카이셀플루 생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SK바이오사이언스


◇완벽을 추구하는 인내의 산물=백신 개발은 신약 개발과 과정이 비슷하다. 백신의 원료로 쓰일 수 있는 후보물질을 발굴한 뒤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해야 비로소 세상에 빛을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우선 질환이 어떤 기전으로 발생하는지 확인한다. 질병은 우리 몸속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 발현되는데, 이 중 한 고리를 끊어버리면 발병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개발한 약이 목표로 하는 고리를 타깃이라 하고, 이 타깃을 끊어내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이는 물질을 찾는 과정이 후보물질 발굴이다. 후보물질을 찾으면 임상시험을 한다. 임상시험은 새로운 의약품이 출시되기 전 효능과 부작용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절차다. 크게 전임상과 임상 1상·2상·3상 네 단계로 구분한다. 전임상은 후보물질을 동물 등에 투여해 약물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시험관 내(in vitro) 실험을 거쳐 실험 쥐나 초파리·돼지 등 살아 있는 생체 내(in vivo) 실험을 진행한다. 전임상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1상 시험에서는 건강한 소수(20~8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백신을 투여한다. 효능보다는 안전성 확인이 우선이다. 부작용 등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없다는 점이 확인되면 2상 시험으로 넘어간다. 투여 대상을 100~300명으로 늘려 적정 투여량, 최대 허용량, 투약 기간 등을 검토한다. 효능이 입증되고 부작용이 없으면 3상으로 넘어간다. 3상에서는 1,000~5,00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이 진행된다. 확실한 효능과 안전성 확인이 가장 중요하다. 전임상부터 3상까지 모두 마치려면 통상 10여년이 걸린다. 각 임상 단계를 나아갈 때마다 당국의 허가와 승인을 받아야 하고, 만약 임상시험 중 백신을 투여받은 사람에게서 부작용이 발견되면 임상시험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역학조사 등을 거쳐 해당 부작용이 백신과 연관이 없음이 밝혀져야 임상을 다시 재개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각 국가들은 신속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2·3상을 합쳐서 진행하거나 긴급승인을 내주는 등 이 과정을 속성으로 진행하고 있다. 의료계에서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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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부터 투여까지 안전 또 안전=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대량 생산해 의료기관으로 보내 사람들에게 접종한다. 생산부터 유통은 물론 최종 접종까지 단 하나라도 허술하게 진행되면 심각한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백신 업계 관계자들은 백신 관련 사업을 조금만 잘못 다뤄도 깨질 수 있다는 의미에서 “유리알 같다”는 말을 종종 쓰기도 한다.

백신 제조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세포 배양과 계란 배양이 그것. 계란 배양 방식은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하게 한 뒤 유정란에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증식하는 방식이다. 독성이 약화된 바이러스가 증식을 마치면 계란에서 바이러스만 추출한 뒤 원심분리기로 돌려 백신으로 사용한다. 국내에서 접종되고 있는 독감 백신을 비롯해 기존 백신들은 계란 배양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용이 저렴하다. 다만 조류 독감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신속하게 생산하기 어렵고, 계란 알레르기가 있을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세포 배양 방식은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동물세포에 감염한 후 증식한다. 보통 원숭이나 개의 신장세포를 사용한다. 코로나19 백신 역시 이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국내 백신 제조사 중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포 배양 백신 생산 공장을 갖추고 있다.



생산된 백신은 일정 온도를 항상 유지하는 ‘콜드 체인’을 통해 의료기관에 배달된다. 콜드체인은 의약품이나 음식물처럼 온도에 따라 손상되기 쉬운 제품을 저온상태(콜드)로 전달하는 유통망(체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청이 내놓은 ‘백신 보관 및 수송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백신을 담아 옮기는 용기는 가~다형으로 구분해 적게는 5시간부터 최대 24시간까지 10도 이하 온도가 유지되도록 하고 있다. 유통 과정에서 이를 지키지 않으면 백신이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됐던 ‘상온 노출 백신’은 이런 가이드라인을 어겨 발생한 사건이다.



◇유전자·바이러스벡터 등 신기술의 등장=전통적으로 백신은 감염 및 전파 능력이 사라지게 만드는 ‘약독화’를 거친 바이러스를 체내에 투입해 면역성을 갖도록 하는 방식을 써왔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든 바이오 기업들 중에는 바이러스벡터 백신, 유전자 백신 등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다. 바이러스벡터 백신은 몸의 면역세포가 인식하는 부위인 ‘항원’을 만드는 유전자를 인체에 해가 없는 다른 바이러스에 끼워 넣어 재조합한 백신이다. 재조합 바이러스 벡터는 스스로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위해성이 적다. 하지만 항체가 형성될 때까지 여러 번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이 이 같은 방식을 이용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유전자 백신은 바이러스가 아닌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담은 핵산을 파편화해 인체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핵산은 몸 안에 들어가면 바이러스의 유전정보에 따른 단백질을 생성한다. 우리 몸이 이를 병원균으로 인식하고 면역반응을 일으키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전통 방식에 비해 빠른 속도로 개발이 가능하지만 현재까지 승인된 백신 중 이 기술을 활용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현재 모더나가 이 방법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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