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강경한 입장이 일본 시민사회로부터 역풍을 맞고 있다. 징용판결 당사자인 일본제철이나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스가 총리 발언을 빌미로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카하시 마코토 나고야미쓰비시·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 공동대표는 “정말 부당하다. 가해국·가해 기업으로서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며 “우리는 목소리를 계속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정부의 태도가 일본 기업의 판결 이행 회피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카하시 대표는 일본제철의 압류 자산을 강제 매각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보도가 나오거나 스가 총리가 현금화에 대한 경고를 반복하는 것이 판결 이행을 막는 “더할 나위 없는 방해”라고 지적했다.
스가 총리는 최근 인도네시아 방문 중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쨌든 일본 기업의 압류 자산이 현금화되는 사태가 되면 일한 관계에 있어서 매우 심각한 상황을 부르므로 절대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카하시 대표는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기업이) 판결을 이행하는 것을 방해하지 말라”며 “한국 정부와 제대로 협의를 계속하고 해결을 위해서 일본 정부도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일본제철 전(前) 징용공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등에서 활동하는 야노 히데키 씨는 “현재의 일본 정부 상황이나 사회 분위기를 보면 개별 기업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서 협의에 나서는 것은 좀처럼 어려워 보인다”며 “일본제철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일본 정부가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일 관계 냉각으로 생기는 부작용 등에 대해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등 경제계가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징용판결 2주년을 맞는 30일 오전 소송지원모임 등 일본 시민단체는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본사 앞에서 판결 이행 등을 촉구하는 ‘금요행동’을 벌이고 서면 요구서 전달을 시도할 계획이다. 13년째 이어진 금요행동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한동안 중단됐다가 올해 6월 미쓰비시중공업의 주주총회를 계기로 열린 바 있다. 소송지원모임은 현장 활동이 어려운 가운데 미쓰비시중공업 측에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편지를 매주 금요일에 발송하고 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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