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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금감원부터 공략"...옵티머스 일당이 꿰뚫은 금융수사 허점 [서초동 야단법석]

금감원·검찰 조사 앞두고 작성한 '회의주제' 내부문건

"금감원 고발범위 최소화해야 檢 수사도 최소화 가능"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융정의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가 ‘옵티머스 부실 감독, 금감원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지난 28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옵티머스 펀드사기 일당이 만든 ‘회의 주제’ 문건. 검찰 수사를 피하려는 계획을 만들어 정리한 이 문건의 초입부를 보면 아래와 같다.

“금감원에서 최소화한 고발 범위를 그대로 픽스시키는 작업이 오히려 더 중요. 검찰의 기소 범위가 결국 법원의 심판 범위의 최대치이므로 기소 범위를 금감원 범위에서 픽스하거나 범위 확대를 최소화하는 데 중점. 결론적으로 검찰을 통과 기관화하는 데 집중.”

금감원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범위를 최소화해야지만 검찰의 수사도 그 범위 내에서 진행될 것이라는 논리다.

이러한 문구는 김재현·윤석호·유현권 등 옵티머스 사건 핵심인물들이 금융수사의 허점을 인지하고 노렸음을 알려준다. 물론 ‘회의 주제’에 담긴 내용 중 로비 정황을 적은 내용 등은 신빙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금감원 고발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전략을 잡았던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전직 금융감독원 직원을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금감원을 상대로 로비를 시도한 김재현 측 인물들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옵티머스 일당이 작성한 ‘회의 주제’ 문건 중 금융감독원의 고발 범위를 최소화 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사진=‘회의 주제’ 문건 일부 발췌


그렇다면 김재현과 윤석호 등이 금감원을 위주로 공략해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옵티머스 말고도 자본시장에서 사기를 공모할 또 다른 제3의 일당도 비슷한 생각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사기 수사 경력이 많은 한 검찰 간부는 “검찰의 금융사기 수사력이 미흡한 지금, 옵티머스와 라임 외에도 곳곳에서 사모펀드 사기 사건이 터질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검찰이 금융수사를 잘하려면 시작은 금감원”이라고 강조했다. 옵티머스 일당이 말한 대로 검찰은 금감원의 초동 조사 내용을 기반으로 금융사기 수사에 착수한다. 금감원이 얼마큼 꼼꼼하게 초동 조사를 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검찰 수사의 범위와 내용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본시장 사기는 서둘러 피해를 줄여야 하는 만큼 신속성도 특히 중요하다.

검찰 관계자는 “금감원의 현장조사권 강화로 강제조사와 계좌 동결 등을 함으로써 사건 발생 초기부터 범죄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과 금감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감원이 주가조작 등 사건을 적발해 검찰에 넘겨도 금감원의 초동 조사 한계로 인해 기소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금감원의 자본시장 범죄 사건이 검찰에 넘어오는 건 한 해 100여 건 정도인데 기소율은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 초동 조사가 제대로 안 된 상태서 혐의 입증이 안 돼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해도 이미 시간이 흘러 증거 수집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의 모습. /연합뉴스


이러한 우려는 이전부터 제기됐다. 지난해 초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이런 우려를 반영해 특별사법경찰을 출범시켰다. 금감원 특사경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를 조사할 시 통신기록 조회, 압수수색 등을 검사 지휘 하에 할 수 있다. 그러나 업무는 금융위 증권선물위원장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선정해 검찰에 넘긴 사건으로만 한정됐다. 범위가 그만큼 좁은 것이다.

이외에도 금감원은 효과적 초동 조사를 위해 디지털 포렌식, 범죄수익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 동결 등 권한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다. 그렇지만 금융위는 “금감원은 민간조직이고 관리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 등으로 관련 시행령 개정 등에 회의적이다.

금감원과 마찬가지로 검찰 상황도 별로 좋지 않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올해 초 직제개편을 단행하면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직제에 없다”는 이유로 폐지 시켰다. 최근엔 국정감사에서 “합수단 소속 검사 등이 비위행위를 한 적 있어 우려가 컸다”고도 했는데 이에 대해 검찰 내에선 “검사 비리가 있었다고 금융수사 역량을 시스템적 차원에서 키우려는 시도를 한번에 폐지해야 하는가”라는 비판도 있다.

이정수 신임 서울남부지검장이 2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합수단 폐지로 증권범죄 전담청인 서울남부지검은 금융조사부 검사가 10여 명이 전부다. 이 때문에 옵티머스 사건도 서울중앙지검으로 넘어간 셈이다. 라임 사건 수사는 남부지검 형사6부가 하긴 하지만, 이마저도 형사6부 검사들이 사건을 전담하고 금융조사부 검사들이 파견 형태로 지원하는 ‘거꾸로 된’ 모습이다. 현재 라임 사건 등 주요 현안으로 남부지검 검사들이 모이면서 그 외 다수의 일반적 금융사기 범죄사건 처리를 하는 검사는 5명도 안 된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니 금융사기범 입장에선 범죄를 저질러도 금감원과 검찰로부터 세게 조사받지 않아도 될 방법을 충분히 찾아볼 수 있게 된다는 지적이다. 옵티머스 ‘회의 주제’ 문건으로 돌아가면, 옵티머스 일당 역시 이런 허점을 파고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를 최소화 하기 위해 금감원 조사를 로비를 통해 막으려고 했던 시도였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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